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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에 빌고 싶었다 “특집 좀 짜주세요”

작성자 대표 관리자(ip:)

작성일 2019-10-01 10: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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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편집일기
경인일보 안광열 차장


유독 짧은 2019 추석 연휴. 아쉬워할 틈도 없이 마음이 바빠졌다. 한가위 특집 프런트 지면을 맡은 것. ‘내용도 몰라요, 양도 몰라요’ 다급해져가는 마음과 달리 기사는 감감무소식. 출고부서를 찾아갔다.
“선배, 몇 매 정도 써서 출고할까요?” “으응? 무슨 내용 쓸건데?” “그게 그… 추석 관련…”
갑자기 바쁘다며 모니터에 얼굴을 파묻는 후배를 뒤로 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럼 사진이라도 먼저 보고 올까 하는데 부장님이 옆에서 넌지시 말씀하신다. “사진은 무슨… 그래픽 해야지”


# 헤더 작업부터 꼬이다
‘통판 특집도 헤더부터’ 추석 특집 머리를 장식할 헤더작업부터 시작했다. 항상 그렇듯 작년, 재작년…. 그 전 해의 헤더들을 미리 체크했다. 예년보다 이른 올 추석. ‘반팔 추석’이라 불릴 만큼 가을의 정취와는 거리가 있었다. 감나무를 생각해 봤으나 좀 이른 감이 있고, 새 헤더 디자인을 구상하는데 소재가 영 마뜩찮다. 감 떨어졌나….
여름과 가을 사이. 어색한 추석이 싫어서 너무 대충 만들었을까. 추석의 정을 한껏 기대하며 부장님께 가져갔으나…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응, 다시 해”
寒가위를 실감하며 원점에서 출발했다. 다시 해보자는 말에 그래픽 선배가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저 멀리 기사를 쓰고 있는 후배는 여전히 모니터에 머리를 파묻고 있다.
힘을 빼고 보름달을 활용해 다시 작업을 했다. 불필요한 요소들을 다 빼고 심플하게 정돈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던가. 그제야 부장님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 보름달만큼 크게 느껴진 하얀 지면
이제 본게임이다. 강판 하루 전 도착한 기사. 사진은 없다. 6.5매의 기사와 그래픽으로 채워야 할 통판. 새하얀 지면이 보름달처럼 크게 다가왔다.
잘 생각해보자. 추석하면 떠오르는 게… 달… 달… 보름달. 아무리 머리를 달달 들볶아도 보름달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아뿔싸. 이 중요한 아이템을 헤더에 이미 올려놨으니 차·포를 떼고 시작해야 할 판이었다.
추석에는 여러 가지 선물이 오고가니… 선물 꾸러미를 하트 모양의 끈으로 장식을 하면 어떨까. ‘오고가는 추석의 정을 아름답게 표현해보자’는 따뜻한 기획은 부장님의 한 마디에 차갑게 식었다. “응, 다시 해”


# 한가위 특별 사면(死面)은 안 될 일
결국 메시지였다. 당초 선물꾸러미 기획은 그래픽과 지면의 완성도 여부를 떠나 독자에게 주는 메시지가 약했다. 지면만 채우고 버려지는 판. ‘사면(死面)’은 안 될 일이다.
“강강술래로 갑시다” 그 때부터 지면 구성에 탄력이 붙었다. ‘함께하는 추석’ 이란 헤더 문구에 맞춰 온 가족이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하고 있는 모습을 그래픽 선배에게 부탁했다. 강강술래를 하며 만들어진 커다란 원은 보름달을 떠올리게 했다.
‘추석 느낌을 좀 더 풍길 수 있을 듯한데…’ 원 안의 구성을 고민하던 중 당초 쓰고 싶었던 감, 약과, 송편 등 소재들이 떠올랐다.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중 얼굴을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을 곡선으로 다듬어 눈 모양을 만들고 나머지 소재들로 코, 입을 만들면 어떨까. 그렇게 지면이 채워져 갔다. 


# 스물 네 글자 제목을 뽑다
디테일에 욕심이 났다. 온가족이 함께하는 추석을 테마로 잡았으니 이에 걸맞은 읽을거리를 추가하기로 했다. ‘추석 200% 즐기기’ 라는 테마로 가족끼리 즐길 수 있는 민속놀이들을 큰 아이콘과 함께 간단하게 소개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제목. 조판을 하던 중에도 제목을 계속 생각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생각했던 제목이 너무 짧아서 눈 모양을 온전하게 만들 수 없었던 것. 이미 경험했지 않은가. 급할수록 돌아가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했다. 손가락으로 제목 수를 세어가며 운율을 맞춰보고 ‘보름달’을 왼쪽 눈에 넣고 ‘차오른다’는 제목을 오른쪽에 넣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다듬었다.
울상을 지으며 작업했는지 웃는 모습이 시원찮았던 모양이다. 부장님이 눈, 코, 입의 위치를 다시 잡아주시니 한결 나아보였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그렇게 탄생한 지면. 지면에 핀 웃음달이 퇴근 길 내 얼굴에도 차올랐다.

첨부파일 경인일보 안광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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