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상 수상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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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220 221 222 223 224 225회 이달의 편집상 수상소감

작성자 대표 관리자(ip:)

작성일 2020-07-01 13: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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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한국편집기자협회는 지난 6월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1·2분기 통합 이달의 편집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서울경제 이동수 차장, 세계일보 이대용 기자, 대구일보 구경민 기자, 한국경제 김정태 부장,

스포츠서울 강성수 기자, 문화일보 김헌규 차장, 기호일보 엄동재 부장, 서울신문 김영롱 기자, 경인일보 연주훈 기자, 경향신문 이승규 부장·김용배 기자,

서울신문 박은정·김경희·박지연 차장, 한국일보 윤은정 기자, 경향신문 구예리 차장, 신인섭 협회장, 머니투데이 권수정·김진희·이송이 기자,

매일신문 남한서 차장, 서울경제 김경림 기자, 스포츠서울 전수지 기자, 세계일보 김창환 기자.




220회

똥줄 타들어 가는 날들에 빛 뼈 녹이는 데스크 열정엔 빚

서울신문 조두천 차장

분에 넘치는 평가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에서 수상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하루하루 사선을 넘 듯 ‘똥줄이 타들어 가며’ 보내는 나날들 속에서 수상은 한줄기 ‘빛’이다. 하지만 이내 빛보다는 ‘빚’이라는 생각이 또아리를 튼다.
점점 조여 오는 외적 근무 여건 탓이 크다. 버팅긴다. 그 말이 상황에 맞는다. 누군가 삐끗하면 와르르 무너질 듯한 아찔함. 그 붕괴의 시작이 자기가 되지는 않으리라는 마지막 자존심 같은 버팀. 오뉴월 엿같이 늘어진 기사 마감 만큼 쪼그라든 편집시간은 늘 이 버팀을 더 옥죈다. 초판 나오는 것이 신기한 하루하루. 그렇게 나온 신통방통한(?) 신문. 그 1면을 버티게 해준 나머지 31개 면.
열정이라는 특정할 수 없는 꼬드김으로 누군가를 ‘더 나은 편집’으로 추동하기에는 감내해야 할 하루의 무게가 무겁다. 타개할 방법이 쉽지 않음에 차곡차곡 절망이 쌓여가고 있는 즈음 들려 온 수상 소식은 내겐 ‘빚’이지만 누군가들에겐 ‘빛’이었으면 싶다. 온전히, 31개 면 하나하나를 쌓은 그들의 공이다. 100%. 무슨 죄인처럼 회사에 갇혀 뼈를 녹이는 편집 데스크들의 헌신. 그들에게도 순간이지만 작은 빛이길.


혼자였으면 어려웠을 기획 동료와 수다떨듯 하니 스르르

머니투데이 이송이·권수정 기자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건 그야말로 ‘라떼(나때)’여서 가능한 말이다. 그들이라고 2평짜리 거주지에 갇혀 고통을 감내해도 괜찮을리 없다.
젊음을 저당 잡힌 청춘들을 ‘구하고’, 너른 세상에서 ‘공존’하는 법. 두 개의 지면을 아우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떠오른 건 지난 주말의 ‘예능’이었다. 굳이 어려울 필요는 없었다. 쉬운 제목의 울림이 때론 묵직한 법이니까.   
무엇보다 '나 혼자'가 아닌 협업의 결과물이라 의미가 더 크다. 우리가 잡은 이 제목처럼 말이다. 혼자였다면 어려웠을 기획도 동료와 수다떨듯 풀어내다보니 쉽게 진행됐다.
“이 상은 내 상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사람인지라 받고 싶었다.”
공교롭게도 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박나래의 대상 소감으로 기쁜 마음을 대신해본다. 브레이크 없는 '주당 소띠'로 묶였던 우리가 '펼침 판'으로 상을 받다니, 인연은 인연인가 보다. 날마다 부족한 지면에 힘을 실어주는 이인규 부국장, 조남각 부장, 김병곤 부장, 김용균 위원, 이원기 위원 그리고 사무실에서 동고동락하는 선후배님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편집에 대한 ‘헌신’ ‘헌신짝’ 되지 않았다

스포츠서울 인동민 기자

2009년 데뷔부터 줄곧 한 유니폼만 입고 뛴 선수. 무려 1124경기 소화한 ‘프랜차이즈’ 선수.  2019년 시즌을 마치고 소속팀과 선수는 FA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하지만 소속팀은 끝내 그를 붙잡지 않았다.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KIA 팬은 아니지만 그 순간만큼은 안치홍 선수가 되어, 팬이 되어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제목으로 옮기게 됐다. 하지만 사진이 문제. 좀처럼 어울리는 사진을 찾지 못해 꽤 많은 시간동안 사진DB를 헤맸다. 며칠 뒤 이 지면이 머릿속에서 잊힐 때쯤 후배로부터 이달의 편집상 후보에 올랐다는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됐다.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기쁘고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2020년을 시작하는 달에 편집상을 받게 되는 만큼 올 한해는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스포츠서울에는 짱짱한 실력을 가진 편집기자들이 많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좋은 기운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보다 기뻐해준 우리 편집부 선배, 후배들에게 오늘의 영광을 돌린다. 그리고 진심으로 축하해준 편집기자 후배이자 와이프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항상 굳은 얼굴로 찾았던 산소 이제야 웃으며 찾을수 있게 돼

경인일보 장주석, 연주훈 기자
길고 긴 터널이었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약속이었다. 매년 똑같았던 ‘올해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까지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쌓인 것은 그만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과 상처뿐이었다. 그럼에도 기자라는 명함이 생겼을 때 가장 기뻐했던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참고 버텼다. 뛰지는 못해도 걷다 보면 언젠가 이 터널의 끝에 닿아 햇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작은 믿음.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쉽게 믿기지 않았지만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마 그동안 쌓였던 응어리였을 것이다. 항상 굳은 얼굴로 찾아갔던 산소를 당당한 표정으로 찾아갈 수 있다는 기쁨. 꽤 오래 지나버린 약속을 지킨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
나를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부장님, 편집기자로서 이렇게 큰 영광을 누리게 해준 기획팀, 조언을 아끼지 않은 선배들에게 이 공간을 빌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올리고 싶다. 오랫동안 그리던 꿈을 현실로 꺼내준 그분들이 있어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터널도 두렵지 않다.


221회

협회서 소감을 보내라 했는데 근데 제 수상작이 뭐였어요?

서울신문 박은정 기자

일주일 중 유일하게 엄마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는 금요일, 유치원 하원 버스를 기다리는데 전화가 왔다. “편집기자협회입니다” 첫마디를 듣는 순간, ‘뭐지? 나 뭐 사고 쳤나? 협회비가 밀렸나? 협회에서 왜?’라는 생각만이 스쳤다. 그리고 아이가 버스에서 내렸다. 좌뇌로 아이를 챙기고 우뇌로 통화를 이어갔다.
“축하드립니다”는 수화기 넘어 목소리는 엄마를 팽개치고 빵집으로 튀어가는 아들의 뒷덜미를 잡아야한다는 좌뇌의 지시에 묻혔다. 빵을 사서 아이 입에 물려놓고 다시 우뇌를 가동했다. ‘아차, 소감문을 보내라 한 것 같은데 수상작이 뭐지?’ 다시 협회에 전화를 걸어 알아냈다. 민망하고 감사하고 정말 오랜만에 나를 위한 웃음이 났다. 출산 후 긴 공백기를 가졌고 갑자기 종합면을 맡으며 자신감은 바닥을 기고 도망치고 싶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상이라니…
그리고 좌뇌와 우뇌가 함께 이런 지시를 내렸다. 아슬아슬 전전긍긍 살아가는 나를 늘 보듬어주는 우리 편집부 선후배들, 나에게 “잘하고 있어, 잘 할 수 있어”라며 힘을 보태주시는 은정 부장과 동사마께 진심으로 감사해야지~


크롬이 뭔지 모르는 기계치인 나 디지털 세상 몰라서 더 쉬웠어요

경남신문 강지현 차장

컴퓨터를 켜면 모니터에 이런 문구가 뜹니다. ‘현재 사용 중인 브라우저는 보안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이 글귀를 보고도 구형 운영체제 윈도7을 별 생각없이 쓰는 저는 ‘겁없는 기계치’입니다. 두 해 전 새로 산 노트북에 후배가 크롬을 깔아줬을 때 “근데 크롬이 뭐야?”라고 물었던 저입니다. OS가 뭔지 누군가 캐묻는다면 예나 지금이나 ‘어버버’ 할 정도죠. 이런 제가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디지털 라이프’ 지면은 공포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반전이 있습니다. 잘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단순하게 접근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이번 지면도 그랬습니다. 기사를 아무리 읽어봐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띄워놨던 창을 모두 닫았습니다. 그리고 윈도7 바탕화면 속 창문을 째려보던 그때! 그랬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윈도’는 ‘창문’이었습니다. 이 ‘창문’을 윈도7 지원 종료 상황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기사의 큰 맥은 이랬습니다. ‘윈도7 지원이 종료된다=보안이 취약해진다’ 이 도식을 ‘보안 창문’이 ‘깨진다’는 문장으로 빗대어 <깨져도 손 못보는 ‘보안 창문’>이라는 제목을 완성했습니다.


ㄴ’과의 사투 끝에 ‘옳거니’ 내 뇌가 유레카를 외쳤다

머니투데이 김진희 기자

내 지갑, 내 돈, 내, ㄴ…
‘ㄴ’과의 사투 끝에 “아이고 뇌야”를 되뇌던 순간 ‘앗, 지금 내가… 뇌가?!’ 이렇게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평소에 스스로 독서청년이라 자부했는데 이렇게 첫 수상도 애정하는 책 지면으로 받게 돼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뜻 깊습니다. 제가 책을 읽으며 활자로 전해지는 전율을 느끼는 것처럼, 독자들도 제 지면을 보는 게 힐링이자 기쁨이면 좋겠습니다. 매년 협회 체육대회에서 경품만 타던 제가 이렇게 편집상을 타는 날도 오다니 감개무량합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올해로 10년차를 맞은 저의 편집 능력치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했기를 바라봅니다.
이번에 오스카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영화를 공부할 때 늘 가슴에 새긴 말이 있다”며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그 공을 돌렸습니다. 봉 감독처럼 저에게도 매번 편집을 할 때마다 영감을 주는 분들이 계십니다. ‘편집 거장’ 이인규 국장, ‘각테일’ 조남각 부장, 그리고 ‘언어의 마술사’ 병곤 김 부장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와 존경을 전합니다. 데스크에게 기생하지 않는, 선을 넘나드는 창의적인 편집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사진기자가 따뜻하게 차린 한상 거기에 제목 하나 얹었을 뿐인데

서울신문 김영롱 기자

뜻밖의 수상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지면이여서 일까요. 과욕 부리다가 못내 ‘비우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기만 합니다. 장난감 병원이라는 참으로 아기자기한 모습들을 다 넣어주고 싶더란 말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욕망 지면을 수상작으로 선정해 주신 것은 ‘한 줄의 제목 너머 공감’을 봐 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사진기자의 귀엽고도 따뜻한 시선에 미소를 머금었으니까요.
제게는 포토다큐 지면이 유독 어렵게 느껴지곤 합니다. 선후배들의 지면은 물론이고 타사의 지면을 보면 그저 탄성만 나옵니다. 그런 제 콤플렉스와는 별개로 편집상은 자꾸 포토다큐와 인연이 있는 것 보면 이 상은 제게 ‘처방전’ 같기도 합니다.
‘엄빠’ 리더십 김은정, 강동삼 부장을 비롯해 늘 전쟁 같은 시간 속 지면을 붙들고 용케 싸워내고 있는 선후배 동료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특히 ‘걸크러시’ 박윤슬 사진기자, 고맙습니다. 을지로 톱으로 상패를 나누지는 못하겠지만 내일 아침까지 술은 마시고 싶습니다. 각종 감염 공포의 시대 살고 있지만, 웃음 바이러스는 널리 퍼지면 좋겠습니다.


222회

30년 가까운 편집 인생에서 기사 읽다가 울컥한 건 처음

한국경제 김정태 부장

“편집 인생 처음으로 상을 받으시네요”라는 후배의 놀림도 있었지만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지면으로 이달의 편집상을 받게 돼 민망하다. 수상도 처음이지만 사실은 30년 가까운 편집기자 생활에서 기사를 읽다가 울컥한 경우도 처음이다.
수도권에서도 이렇게 걱정이 되는데 대구·경북에 계신 분들, 현장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은 얼마나 아프고 두려울까 생각했는데 그들은 의연하고 강했다.
막대한 경제적 피해, 자신도 언제 감염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라는 보이지 않는 괴물이 도시를 뒤덮고 있어도 “이겨낼 수 있다”는 의지를 잃지 않은 그들의 모습을 어떤 제목으로 표현해야 하나 부끄럽고 미안했다.
코로나는 이제 전세계를 두렵게 하는 괴물이 됐다. 매일 외신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의 참혹한 기사를 보며 상대적으로 우리가 얼마나 잘 이겨내고 있는지 깨닫는다. 모두가 대구·경북과 그 곳에서 헌신하신 의료진들이 잘 버텨준 덕이다.
봄꽃은 속 모르고 활짝 피었는데 그걸 즐길 마음의 여유조차 없는 잔인한 봄이다. 이 지긋지긋한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소중한 일상을 되찾을 때까지 모두들 부디 건강하시길. 


화훼 농가에 들이닥친 불행 이렇게라도 응원합니다

대구일보 구경민 기자

겨우내 다가올 봄만 바라보며 정성스레 꽃을 키운 화훼농민들. 하지만 그들에게 찾아온 것은 봄이 아닌 코로나였습니다. 이들의 대목 중 하나인 졸업식과 입학식, 그리고 웨딩 시즌 결혼식까지 코로나 여파로 꽃은 오갈 곳이 없어졌고 결국엔 폐기되는 상황까지 펼쳐졌습니다. 이처럼 농민들에게 닥친 불행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제목을 뽑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결과물은 개인적으로 많은 아쉬움이 남았고, 완성도가 높지 않았다고 생각이 든 지면이었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따스한 봄은 찾아왔지만, 마스크를 쓴 탓에 봄 내음을 맡기 힘들고 봄꽃이 활짝 피었는데도 꽃놀이를 갈 수 없는 지금. 힘들겠지만 우리 모두 조금만 더 참고 힘내봅시다. 내년에는 ‘진짜 봄’이 찾아오겠지요. 하루빨리 상황이 종료되어 화훼농가뿐 아니라 대한민국, 그리고 전 세계에 져버린 웃음꽃이 다시 활짝 피길 기원합니다.
아, 그리고 부족한 저를 옆에서 보듬어주고 좋은 지면이 나올 수 있도록 무한한 영감을 주는 선후배님들에게 이번 수상의 감사와 영광을 돌립니다. 앞으로 더욱 멋진 지면 편집으로 은혜를 보답할게요! 우리 대구일보 편집부 선후배님들 사랑해요~ ^_^


누구도 보지 않는다고 해도 아무도 대충 만들지 않아요

스포츠서울 강성수 기자

제가 편집한 지면에 좋은 부분이 있었다면, 그건 모두 스포츠서울 편집부 선배들 덕분이고 부족한 부분은 온전히 저의 모자람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선배들의 따뜻함, 배려, 웃음, 유머 때문에 출근길이 싫지 않고 퇴근길이 좋지 않습니다. 수상 소식을 듣던 날, 분명한 말로 직접 하지 못했기에 이렇게 뒤늦게 글로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축하 파티를 하자며 호들갑(?) 떨어주고 회사로 화분까지 보내준 저의 사랑하는 동기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가끔 마와리 돌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웃곤 했는데, 이젠 웃고 싶을 때 그 시절을 생각한다고, 내 삶에 즐거운 한 장면을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유란, 서연 그리고 준연, 진형에게 이 지면을 빌려 각별함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누구도(?) 신문을 보지 않는 요즘이지만, 아무도 신문을 대충 만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아무’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면, 디지털 시대에도 신문이 매력적인 매체 중 하나로 손꼽힐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깊게 읽고 주의 깊게 쓰는 그 ‘아무’에 제가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목 주시하던 후배의 한마디 “선배, 뭔가 욕구 불만 같은데…”

매일신문 남한서 차장

입맞춤. 달콤하다. 아니 짜릿한 건가. 늘 기분 좋았지. 혼자 뭔 상상을 하는 거 아니냐고 오해마시라. 일요일 대타로 맡은 스포츠 면에 대어가 걸린 기분이 들었다. 박인비 LPGA 통산 20승. 박인비가 우승컵에 입 맞추는 사진을 보다가 이거다 싶었다. 입맞춤의 짜릿함이라. 잘 끼워 맞추면 장사 좀 되겠는데. 그냥 박인비 LPGA 통산 20승이라고 쓰면 얼마나 재미없겠어.
조금 야한 느낌이 들까?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은 없겠지. 스무 번이나. 좀 부럽기도 한 걸.
모니터링으로 지켜보던 후배 한 명에게서 ‘톡’이 온다.
“근데 이건 선배 얘기 아니에요? 뭔가 욕구 불만 같은데….”
가을,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순간까지도 힘든 일이 많았다. 한번 겪기도 어려울 일들을 어떻게 연타로 맞을 수가 있는지. 산다는 게 참 모질더라. 
대구는 지금도 많이 힘들다. 무시무시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힘든 생활을 함께 겪고 있는 회사의 모든 식구들에게 영광을 돌린다. “괜찮아요?”하며 전화로 톡으로 안부를 물어봐주시는 전국의 선후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디자이너 대팔스님이 말했다 “어려울수록 공부를 더 해야해”

한국일보 윤은정 기자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냥 단면이 2개인거야” 예상과 달리 브릿지가 아닌 양면 지면이 배정됐고, 고민에 빠져있을 때 디자이너 대팔스님이 건넨 조언이다. 브릿지 편집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사진을 2개 지면의 한 가운데 배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양면의 지면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자연스럽게 하나의 덩어리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양면 편집은 물리적으로 2개 지면에 여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연결 고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 제목과 사진의 가운데 배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 모던 패밀리’라는 타이포그래피를 통해서 스토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데 중점을 뒀다. 편집 프로그램 내 100여개의 서체를 적용했지만 콘셉트에 맞는 서체를 찾을 수 없어 디자이너의 힘을 빌렸다. 또 활자만을 재료로 삼았던 타이포에 4인 가족의 사진을 활용했다. 이는 활자에 활력을 주기 위한 의도도 있지만 많은 사진을 활용했으면 하는 취재의 바람도 담겼다.
편집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는 고민을 털어놨을 때, 대팔스님은 “공부를 더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겨워” 우스개처럼 답했지만 오늘도 이것저것 살피고 머리에 옮겨 담는다.



223회

총선 당일 1면을 맡은 부담감

경향신문 김용배 기자

1면 맡은지 약 2주. 나는 1면 초보 운전자다. 지금도 지면을 핸들링 하는 법을 모른다. 그런데 이게 웬걸. 1면을 맡자마자 총선이 눈앞이라니. 게다가 지난 총선 땐 버들 선배가 ‘내일 아침, 어떤 신문을 받아보시겠습니까’로 한국편집상 대상까지 받지 않았나. 잘해야 한다는 마음보다 부담이 앞섰다.
이번 총선은 코로나19로 인해 낮은 투표율이 예상됐다. (결과는 완전 반대였지만)사람이 지치고 힘든 기간이 길어지면 누구나 예민해진다. 가뜩이나 지친 사람들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중압감까지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을 움직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은 공감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유권자들이 할 수 있는 말을 고민했다. 국난 극복·정권 심판 등 단어는 잠시 잊고 “다녀오세요”라고도 말하고 싶었다.
먼저 정진호 종합 부장께 감사드린다. 그날 회의만 4~5개 들어가시는 걸 봤는데, 바쁘신 와중에도 지면의 디테일까지 다 챙겨주셨다. 부족한 1면 편집자 때문에 늘 고생하신다.


이대로 끝났으면 하는 간절함

매일신문 남한서 차장

코로나는 재앙이다. 이 무시무시한 바이러스에 대구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확진자가 하루 수백 명 씩 늘어날 때는 아침에 뉴스를 보는 것조차 두려웠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무서웠다. 집 외에는 안전한 곳이 없을 것 같았다. 출근길 차창 밖 풍경은 마치 유령도시 같았다. 사람도 차도 점점 줄어들었다. 여기가 내가 사는 곳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만큼. “괜찮니? 별일 없지?” 많은 선후배들이 전화로 ‘톡’으로 안부를 확인했다.
대구의 신규 확진자가 ‘0’이 된 것은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52일 만이었다. ‘0’이라는 숫자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내일도 ‘0’이었으면. 영영 이대로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지 않았을까. 이 날 1면 작업하면서 얼마나 많은 제목들을 썼다 지웠다 반복했는지 모른다. 어떤 기교를 부리기보다 간절함만 전하고 싶었다.
국내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릿수로 줄었다가 다시 늘어나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0’으로 떨어질 날이 머지않아 올 것 같다. ‘코로나 종식’ 뉴스가 나오는 그날, 답답한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소주 한잔 마시고 싶다.


사랑하는 일로 선물받은 행복감

스포츠서울 전수지 기자

‘내가 서 있는 곳엔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무너지고 약해진 저를 잡아준 건 후배의 한 마디였습니다. “선배, 이럴 때일수록 같이 으쌰으쌰 해야죠. 우린 한 팀이잖아요” 
그리고 먼 꿈이라고만 생각했던 기적이 제게도 이렇게 찾아왔네요. 제 마음을 단단하게 해준 것도, 잠자던 열정을 불타오르게 해준 것도, 일터의 행복을 느끼게 해준 것도, 오로지 우리 팀원들 덕분입니다. 든든한 강동현 선배, 닮고 싶은 경은 선배, 유쾌한 기영 선배, 열정적인 동민 선배, 따뜻한 소연 선배, 진국인 성환 선배, 인생 후배 성수까지. 서툴고 부족한 저를 있는 그대로 아껴줘 고맙습니다. 떨어져 있지만 이 순간 생각나는 고마운 선배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스물다섯,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편집은 서른한 살인 지금 제가 가장 사랑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재능 있는 누군가가 부럽고, 작아지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잘 버텨왔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고 주는 선물을 평생 못 잊을 것 같습니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이 식상한 말을 온몸으로 느끼는 요즘입니다. 저는 분명 또 울고 넘어지고 아프겠지만 주저앉지 않겠습니다. 마음속 진짜 행복을 위해!


이미지와 텍스트가 한껏 어울림

문화일보 이창민 차장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지만, 내가 느끼기에 인생은 운구기일(運九技一)에 가까운 듯싶다. 이번 수상도 그렇다. 민망하리만큼 범작(凡作)인데, 행운이 따랐다. 부끄럽고 또한 감사하다.
기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극에도 온라인 상영이 확산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미지는 달랑 연극 사진 두 장뿐. 다소 밋밋한 사진을 온라인 상영과 어울리는 비주얼로 만들기 위해, 연극이 스마트폰에서 동영상으로 재생되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제목은 <연극도… 관람 대신 ‘시청’>.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사진과 제목이었지만 이미지와 텍스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인 듯싶다.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난리다. 사업을 하는 지인은 대출을 받아서 직원에게 월급을 주고 자신은 석 달째 한 푼도 가져가지 못했다고 했다. 전업투자자인 지인은 가지고 있던 주식이 3분의1 토막이 났다고 했다. 실제 병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과 환자들의 고통은 또 어떻겠는가. 이들에게 하루빨리 진짜 ‘봄’이 오길 기도한다. 그리고 관객이 없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연극계, 더 나아가 문화계 전체에도 어서 ‘봄’이 찾아오길 소망한다.


이번에도 느낀 사진의 고마움

경향신문 구예리 차장

사진부에서는 코로나 여파로 취소되거나 찾는 사람이 없는 ‘봄꽃 축제’ 현장을 취재하러 갔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 넘어 남쪽에 도착한 사진기자가 발견한 것은 지천으로 핀 봄꽃들 만큼이나 많은 ‘마스크 인파’였다. 역시 그랬다. 아무리 역병이 닥쳐도 사람은 계절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을 포기할 만큼 약하거나 절망적이지 않았다. 다만 ‘꽃은 피었으나 인적은 없더라’는 주제를 잡고 사진을 찍으러 간 기자에게 절망이었을 뿐. 유연하게 방향을 바꾼 기자가 찍어온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봄이었다. 인간사가 아무리 복잡해도 자연은 자기 질서대로 움직일 뿐이다. 사람들은 봄을 누려야하고. 그래서 ‘그럼에도 봄’. 그 봄을 봄.
내게 또 배우 황정민의 그 유명한 ‘밥상 수상 소감’이 필요하다. 이 지면의 모든 고뇌와 명예는 남도로 취재갔던 사진기자의 몫이다. 나는 사진기자의 고민 속에 탄생한 장면을 ‘밥상 위에 수저 얹듯’ 지면 위에 얹어놓았을 뿐이다. 때로는 계획을 벗어나 만나게 된 어려움 속에서 좋은 것들이 탄생한다. 그것이 가능하게 해준 사진기자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간절히 원한다. 코로나 속에 얼어붙어 봄이되 봄이 아닌 세상에 빨리 봄이 찾아오기를.


떨어져 있다 보니 커진 애틋함

한국일보 윤은정 기자

“우리 하루빨리 얼굴 보며 신문 만들자.”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상암동에서 ‘공간 분할 근무’를 하게 됐다. 아이템 발제부터 지면 출고까지 회의를 통해 진행하던 뷰앤팀이라 과정이 더 고단했다. 통화나 메신저로 소통이 되지 않을 땐, 그림을 그려서 주고받기도 했다. 그 와중에 해당 지면은 멀티미디어부(멀미부)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계획에 맞춰 지면을 구상하고 있는데, 다른 팀의 아이템이 갑자기 뷰앤 지면으로 배정됐다. 코로나 진단키트 생산업체 취재를 다녀온 멀미부에서 뷰앤 성격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협업을 제안한 것. 소통부터 난관에 부딪혀 지면 제작이 쉽지는 않았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소통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최고는 아닐지 몰라도 최선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았다고 생각한다.
편집국이라는 공간이 가끔 부산스럽고, 싫증이 났다. 그런데 떨어져 지내다 보니 애틋함과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 무뚝뚝한 선후배들도 ‘상암팀, 보고 싶다’ ‘얼굴 보며 신문 만들자’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일보 편집부는 4월 26일부터 합병했다. 그동안 모아뒀던 애틋함을 편집국에, 동료들에, 신문에 듬뿍 전달할 생각이다. 타사 생존팀도 안녕하시죠?


224회

멋진 제목이 술술 흘러나오기를…

서울신문 박지연 차장

처음 편집부에 왔을 때 까마득하게 높은 선배가 하신 말씀. “지금은 화려한 레이아웃이 멋져 보이겠지만, 결국 편집은 제목이야. 그리고 제목은 시간이 갈수록 더 어려워져.”
그 선배의 말씀이 요즘처럼 가슴을 찌르는 때가 또 있었나. 나는 ‘고객님’의 요구를 한 번에 읽지 못하는 아둔한 구멍가게 사장이 되어 매일 옆 가게 진열대를 보면서 엄청난 열등감에 시달린다. 유일한 장점인 체력마저 너덜너덜, 입에선 ‘밉상유발’ 단어들만 튀어나오는 이때, 협회는 어찌 알고 상을 주는 것인지 한편으론 무섭고 한편으론 무척 고맙다.
기사를 쓱 읽기만 해도 턱하고 제목이 나와야 할 연차인데도 여전히 허덕이는 나를 다독여 이 제목으로 고쳐주신 김은정 부장께 많은 빚을 졌다. 특별히 감사드린다. 부 살림을 맡아 흰머리가 더 부쩍 늘어버린 강동삼 부장과 역대 최저 인원으로 매일이 전쟁 같은 편집부의 선배, 후배들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끝으로 소소한 소원 몇 가지. 단비와도 같은 충원이 이루어지기를! 내일은 멋진 제목이 술술 흘러나오기를! 무엇보다 코로나, 너는 이제 좀 가라!


경험만큼 제목의 값진 재료는 없어

세계일보 김창환 기자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코로나19로 인해 등교개학이 미뤄지면서 고육지책으로 실시된 온라인 개학. 온라인 교육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입에 ‘엄마’를 달고 산다. 엄마들의 입에서는 “도대체 누가 개학을 했는지 모르겠다”라는 말이 한숨과 섞여 나온다. 수업을 지켜보랴 과제 챙기랴 한시도 아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온라인 개학 후 진땀을 흘리고 있는 많은 학부모들의 웃픈 현실. 물론 아빠인 나도 예외는 아니었고, 나를 포함해 주위의 많은 선·후배들이 같은 고민으로 함께 한숨 쉬고 공감했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이번 수상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눈물의 결과물’이 아닐까. 어찌 됐든 경험만큼 좋은 제목의 재료는 없다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요즘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뭔가를 잊고 살아가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그래도 주위의 좋은 분들 덕에 매번 오늘을 감사하며 내일을 준비한다. 항상 내 부족함을 채워주는 데스크와 든든한 동반자인 편집부 선·후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고생하는 모든 엄마, 아빠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 또한 지나가리.”


‘툭’ 튀어나오는 뭔가를 찾아 고민

기호일보 엄동재 부장

왜 쓰고 싶으냐. 시인이 되겠다던 그가 소설을 습작하던 내게 물었다. ‘바다를 보고 싶은데, 보려 해도 못 보는 사람들에게, 내 글이 바다처럼 보였으면 한다’고 대답했다. 이 말이 그냥 툭 튀어나왔다. 낭만 같은 꿈이었는데, 그는 말로 설명 못하겠지만 진심 같아 계속 기억난다고 했다. 진짜였을까. 그도 나도 기자가 됐고, 이후엔 본 적 없다. 이제 와 뭘 하고 싶은 것이냐 묻는다면 우물쭈물하겠지, 어쩌면 되묻겠지.
그때의 손발 오그라드는 내 말이 가끔 생각나는 걸 어쩔 수 없다. 문장으로 설명되지 않는 다. 갑자기 툭 튀어나오길래, 도망가지 못하게 붙들어 맨 단어. 그걸 백지 위에 뿌리려다 안 될 때 생각난다.
낭만은 배부른 고민 같고 꿈은 먼지 같다. 주저앉다 일어나서 멈춰서길 여러 번, 툭 튀어나오지 않는 뭔가를 찾아 머리 굴려 제목 하나 생각해 적는다. 제목이 된 건지, 편집이 된 건지, 신문에 들어맞는 건지, 누가 봐주는 건지, 바다를 떠올리는 건지, 나는 모른다. 이유가 뭐든 간에 그만해도 된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요 잠깐만요, 저는 저기 바다 한 번 보고 올게요.


지면서 다시 맛본 ‘콩고기의 추억’

서울경제 이동수 차장, 김경림 기자

작년 3월 친구와 함께 떠난 제주도 여행. 바닷가 건너편 비건 카페에서 맛본 콩고기는 여느 고기와 다를 것 없이 미뢰를 자극했었다. ‘진짜 고기랑 거기서 거기네’ ‘응? 거기서 거기? 고기서 고기!’ 이 찰나의 생각이 2년 뒤 지면에서 빛을 발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콩고기를 맛본 경험이 없었다면 이 제목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일전에 편집책을 공부하며 봤던 멘트가 있다. “나가 놀아라. 편집기자라면 영화도 보고, 낙엽도 밟고, 연극도 봐라.” 책상에 앉아 씨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는 걸. 이번 지면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
고기 덩어리 사진 두 개만 덜렁 가져간 상황 속에서, 동수선배가 그래픽을 맛깔 나게 요리해주셔서 지면의 풍미가 깊어졌다. 늘 멋진 아이디어를 알려주시는 동수 선배께 정말 감사하다. 꽤 리스크가 컸던 좌충우돌 막내의 제목을 통과시켜주신 데스크와 항상 옆에서 가르쳐주시고 응원해주시는 선배들, 날것의 아이디어를 정교하게 다듬어주시는 디자인팀 선배들, 그리고 저의 이름을 기억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지면을 빌려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이 상을 채찍 삼아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편집자가 되겠다.


225회

흑백 소년들, 책임감을 부르다

서울신문 김경희 차장

코로나에 초여름 더위까지….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도 지치고 맥 빠지는 철야 다음 비번 날, 이달의 편집상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아, 맞다… 그날, 그날, 그날, 진짜 고생했었지….  벌써 한 달이나 지난 일인데 그날 느꼈던 감정들이 오롯이 되살아납니다. 5월 18일자 1면, 40년 전 그날 계엄군의 총칼에 처참하게 스러진 36명의 소년들의 흑백 사진으로 보고 있자니 ‘나 이거 잘해야겠다’라는 막연한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게다가 사회부에서 며칠 전부터 공들여 기획한 걸 내가 망칠 순 없다는 부담감 또한 커서 전날부터 밤잠을 설쳤었지요. 그래서인지, 그땐 코로나가 지금보다 더 심각해서 ‘클린팀’에 한 달간 격리돼 있었을 땐데 일요일임에도 9시 전에 출근해 부산을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만큼 ‘길’을 못 찾은 나는 애꿎은 마우스만 내려치고 레이아웃 바꾸길 여러 번. 제목은 뭐 수도 없이 썼다 지웠다 했어요. 그렇게 헤매고 있을 때 조언 아끼지 않으신 김은정, 강동삼 두 편집부장님이 있었기에 오늘 같은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편집기자로 살아 온지 벌써 20년…. 저는 오늘 또 다짐을 합니다. 초심 잃지 않고 정년퇴직 하는 그날까지 늘 열심히 해야겠다는 걸….


재난지원금이 가져다준 ‘상’차림

세계일보 이대용 기자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소고기를 사 먹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지만 내겐 딴 나라 얘기였다. 사실상 내 수중에 들어온 긴급재난지원금은 없다. 나만의 보금자리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통장에 묻은 월급을 카드로 닦아내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와중에 감사하게도 재난지원금과 관련된 기사의 제목으로 이달의 편집상을 받았다.
얼마 전까지 편집부 식구였던 박지원 기자의 빠른 기사 출고가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줬고 제목을 더 간결하게 다듬어 주신 사회 데스크 이지혁 선배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항상 가르침을 주시는 부장과 편집부·미술팀 선후배들께도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어쩜 내 제목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손댈 곳이 많은지 죄송할 따름이다.
혼자 잘했다고 받은 상은 아니니만큼 선배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豚’ 받으면 돼지고기 먹어요.”
마지막으로 하루빨리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웃긴 제목이지만 우스운건 아냐

 경향신문 이승규 부장

지금 신문들은 어둡다. 우울하다. 안 그럴 수는 없을까. 스포츠면 만이라도. 그래서 나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경향신문을 넘기다가 혹시나 스포츠면까지 보는 독자들이 있다면, 그분들이 3초간만 웃을 수 있는 지면을 만들 수 있다면, 그래서 그걸 1주일에 3번만 할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웃길려고 신문 만드냐는 분들이 있겠지만 이 나이에 자라나는 새싹들이 해야 할 스포츠면을 뺏어서 하는데 웃기지도 못하면 민폐청산위원회의 처단 대상이 될 것이다. 그래서 맥락 없이 말풍선을 달아 좀비가 영화 신세계의 대사를 치게 하고 권투 글러브나 축구 골대가 말을 하게 만드는 등 온갖 B급 개그를 짜는 중이다. 잘하면 ‘갱스터 편집’의 시조새가 될 수도 있을 거 같다. 이런 게 원대한 꿈이다.
내가 상을 받은 건, 누군가는 확실히 웃었다는 뜻이 된다. 그런 점에서 너무나 감사드린다. 정진호 편집부장님, 강호태 정덕균 담당 부장님, 김선영님, 권유신 부장님, 서영찬 부장님 감사드립니다. 남편이 균형을 맞추도록 기다려 준 17년 전 수상자 부인님께도 17년 독수공방한 그 편집상 접시에도 감사의 말씀 드린다.


칭찬은 20년 편집쟁이도 춤추게 해

문화일보 김헌규 차장

10여년 전에 이달의 편집상을 수상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너무 너무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편집을 시작한지 아주 오래 되지 않았거니와 누군가 저의 작업에 ‘참 잘했어요’라는 칭찬을 처음으로 해줬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그렇게 칭찬을 받고 나면 더 열심히 그리고 더 멋진 편집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이달의 편집상에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고 너무 기뻤지만 10년 전의 그때와는 약간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기쁨보다는 책임감이 더 들었다고 할까요. 20년 넘게 편집기자 생활을 해오면서 선배님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앞으로는 후배님들에게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선배가 돼야겠다는 책임감 같은 것이 마음속에서 일어난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모자란 작품을 편집상으로 선정해 준 심사위원들에게 감사드리고 늘 응원하고 함께 하는 문화일보 편집부 식구들에게도 고마움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묵묵히 편집을 하고 회사생활을 하는 전국의 편집부 가족이 늘 행복하고 강건한 하루 하루를 보내기를 기원합니다.


편집의 고통엔 미친 중독이 치료약

매일신문 남한서 차장

새 시리즈를 맡았다. 전담으로. 부담이 될 법도 했지만, 그냥 담담했다. 믿고 맡긴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컸을 뿐.
출고 담당자인 사진부 선임기자 선배와 머리를 맞댔다. 기획이 신선했다. 사회 현상을 선명하게 담은 한 장의 사진으로 큰 그림을 그려보자는 것이다.
1편은 미리 준비 되어서 예정 출고일보다 빨리 넘어왔다. 사진 앉히고 기사 앉히고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니 여러 버전을 만들었다. 그럴싸하다 싶은데, 출력해서 보면 다 마음에 안 들었다. 만들고 버리고 만들고 버리고…. 강판 때까지 이 상황이 반복됐다. 쉬는 날엔 집에 누워 있다가도 이렇게 하면 좋겠다 싶어 바로 회사로 뛰쳐나왔다. 강판하고 나니 늙는 듯 했다. 그런데 그 다음 주부터 더 힘들었다. 강판일이 되면 산통 같은 고통이 찾아오고, 판이 이상하면 이판사판으로 술통을 해치웠다. 미쳤다. 어느 날은 진짜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뭐라고….
편집이 뭔지 아직도 모르겠다. 할수록 어렵다.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그래도 얼마 만에 느껴보는 일하는 맛인지. 이런 재미라도 없었으면 20년 가까이 이 생활을 못했을 것 같다.











첨부파일 이달의 편집상 시상식.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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