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대구 정기총회 이모저모


반가운 손님 내린 대프리카
오랜만에 영남 지역에서 열린 총회를 하늘도 반긴 것일까. 총회 하루 전인 8일, 대구에는 7.5cm에 달하는 폭설이 내렸다. 3월에 내린 달구벌 눈으로는 기상 관측 이래 111년 만에 세 번째로 많은 적설량. 총회 당일도 멀리 팔공산의 하얀 풍광과 길가에 미처 녹지않은 눈들이 각지에서 모인 협회 식구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협회 버스를 마중 나온 박운상 대구시 문화과장은 “귀한 손님들이 오시려고 소복이 큰 눈이 내렸다”며 아낌없는 촌평.


‘멸치~’하면 ‘대가리’하세요
이번 총회 일정의 백미는 골목투어였다. 총회 시작 전 대구가 자랑하는 도심 골목길을 1시간여 남짓 짧지만 굵게 둘러봤다. “방천시장이 낳은 3대 인물이 양준혁, 김광석 그리고 김우중이라예” 대구 아지매 해설사 두 분이 동행하며 구수한 입담과 함께 골목골목 숨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상화(스케이팅 선수가 아니라 저항시인) 형의 생가를 설명하며 “이 집을 미리 사 놨다면 대박났을 텐데”라며 농담 같은 진담. 청라언덕 선교사 고택 앞에서 협회 일행이 단체사진 포즈를 취하자, 해설사 한 분이 “멸치~하면 대가리~하세요” 모두가 배꼽 쥔 포토타임.


간사님들 질문 없으시나요?
“만원 단위 이하는 생략하고 읽겠습니다” 경인일보 이송 감사의 2017년 결산 감사보고로 본격 시작한 정기총회. 10분이 넘은 숫자와의 사투를 끝내고 “질문 있으신가요?” 시선 한 바퀴. 간사들은 일제 침묵. 이어 “올해 배구대회는 5월 26일에 열립니다” 2018년에 예정된 행사 하나하나 꼼꼼히 일정 설명을 마친 이의호 사무국장. “혹시, 질문 없으신가요?” 역시나 조용~. 계속된 협회보 필자 모집, 경조비 규약 변경 등 다른 안건 발표 뒤에도 모두가 함구. 발표자들은 안도하는 한숨을 쉬었지만, 뒤풀이에서는 송곳 질문이 이어졌다는 후문.


갈비, 막창, 치킨… 대구 정말 맛있네예
“대구에서 손꼽히는 갈비집이라예” 골목투어 해설사가 총회 뒤풀이 장소로 예약된 식당 이름을 듣더니 엄지 척. 역시나 명불허전. 총회가 끝나고 허겁지겁 지글지글 맛있게 냠냠. 테이블 안내판을 봤더니 ‘재래기에 싸서 먹으면 고기가 더욱 맛나요’ 기레기도 아니고 재래기?? 누군가 “상추 겉절이가 경상도 사투리로 재래기”라고. 2차는 대구 가서 안 먹으면 후회한다는 막창집. 흐물흐물 징그러운 막창을 불에 올려 지그시~. 폭탄주를 부르는 고소한 식감에 젓가락은 또다시 쉴 틈이 없었다. 생존자 10여명이 남은 3차에선 치킨을 주문했다. 대구는 교촌, 호식이 등 치킨프랜차이즈 본점을 5개나 갖고 있는 치킨의 본고장이라고. 큼지막한 다릿살을 장갑 낀 손으로 쭉쭉 찢어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공자, 맹자… 그 중에 최고는 먹자” 매일신문 남한서 차장의 건배 구호가 위장 깊이 녹아 든 맛투어였다.


“집에 가야해요” 새 신랑의 절규(?)
업무 때문에 총회에 참석 못한 매일신문 권기현‧김가영 기자는 마감을 하자마자 달려와 뒤풀이에 합류했다. 편집기자 대표 훈남인 권 기자는 아쉽게도(?) 지난해 11월 결혼한 품절남. 텃밭에서 열린 협회 행사에서 1차, 2차, 막차까지 발군의 뒷심을 발휘한 권 기자. 모두가 지쳐 자리를 파한 새벽 2시쯤. “숙소에서 한 잔 더하고 자고 가라”는 여러 선배들의 만류에도 권 기자는 미소 띤 얼굴로 “외박은 안 된다”며 완강히 거부했다. 총각 때와 달리 깐깐해진 이유는 “아내가 임신 중”이라고. 반면, 권 기자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유부남 모 기자는 “오늘 같은 기회가 없다”며 집을 코앞에 두고도 외박을 자처하며 해방감 만끽.


“이렇게 조용하신 분들은 처음”
서울에서 회원들을 태우고 1박2일 운전대를 잡은 버스기사님의 재치있는 입담. 도착 예상시간을 안내하고, 틈틈이 춥지 않은지, TV채널은 맘에 드는지 친절을 과시하더니 대구에선 근대골목 해설사가 소개를 마치자마자 팡파르를 울려 큰 웃음까지 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