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갤S8 든 거지, 번역앱 켜니 “돈달라”소리가


매일매일 달라진다는 거대도시 두바이. 사막에 도시를 세운 오일머니의 힘 놀랍다. 나무 잔디도 돈으로 키우는 나라. 하루에 두 번 자동으로 물을 준단다. 그래서 나무가 많은 집이 잘사는 집이라고. 다들 나무가 많다. 다들 잘 사는 집 인가보다.
오래된 사원, 근사한 궁전, 황량한 모래사막. 애주가들에게는 아쉽지만 무알콜 맥주, 무알콜 와인이 전부더라.
도착 첫날 콘센트가 맞지 않아서 숙소 근처 24시간 슈퍼마켓으로 가는 길. 낯선 외국인이 다가오는 낌새를 챘다. 순간 긴장.
역시 말을 걸어왔다. 영어로 뭐라 하는데 알아들을 수 있는 한마디. “hungry” 배고프니까 도와달란 얘기인 것 같다. 내가 못 알아듣는 것 같으니 꺼내든 건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S8.
이 동네 거지들은 고급 스마트폰을 쓰나? 번역기를 통해 들린 말은 역시 돈을 달란다. 나보다 더 말끔한 인간이 구걸을? 두바이 거지들을 기본적으로 몇 억씩 가지고 있다는 가이드 이야기. 거지도 부자인 나라다. 젠장!
일정 3일째 날. 숙소에서 몸무게를 재보니 벌써 3kg이 빠졌다. 점심은 현지식 뷔페. 전날과 달리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다. 속이 안 좋아 들어간 화장실. 좌변기 칸이 꽉 차 있었다. 급한 마음에 손이 먼저. 손잡이를 돌려보니 열린다. 빈칸인가? 문을 여는 순간. 아뿔싸 외국인이 엉거주춤 앉아있다 깜짝 놀란다. 근데 그 외국인이 외친 한마디 “sorry” 뭐지 내가 해야 하는 말 아닌가.
쪼르르 가이드에게 물어봤다. “여기 화장실은 안에서 잠가도 밖에서 열리나요?”
가이드 왈 “무슨 소리인지 그럴 리가 있나요?”
못 볼 걸 보여줘서 사과를 했을까?
움직이면 멈출 수 없고 멈추면 움직일 수 없는 쇼핑 천국 두바이. 시계바늘이 빠르게 돌아가는 나라.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기억에 남는 여행. 그보다 더 큰 기억을 안겨준 편집기자 선후배들.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나 6일 동안 움직이며 멈출 수 없는 여행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