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사막이라는 지면에 기적의 제목을 올린 도시


추웠다. 사막의 체온에 길들여진 몸뚱아리를 서울의 꽃샘추위가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공항에 내리자 담금질하는 쇠가 ‘피시식’ 하고 찬물에 식듯 몸에서 열사의 바람이 빠져나온다. 미열 속에 제2롯데월드가 환각처럼 다가왔다. 두바이의 초고층 빌딩으로 익숙해진 눈에는 그저 평범한 건물로만 보였다.
낙타처럼 무거워진 짐을 끌고 일행은 이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막상 헤어지려니 데면데면했던 얼굴도 친근감이 든다. 4박6일의 노정을 함께 했기 때문이리라.
다시 두바이에서의 첫날, 일행을 태운 대한항공 KE 951기는 사막 위를 걷듯 사뿐히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직행한 호텔에서 룸메이트인 김종서 선배 (서울경제)가 마음씨 좋은 아저씨처럼 먼저 말을 걸어왔다. 사막의 미어캣이 귀를 쫑긋 세우듯 모두들 첫날밤을 예민한 촉수로 설쳤으리라.
이튿날, 점심을 먹은 일행은 사막투어를 위해 4륜구동 짚차에 6명씩 올라탔다. 한 30여분 쯤 지났을까 온통 황토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막이라는 도화지에 드문드문 풀의 낙서가 보였고 그 사이를 힘 좋은 도요타 행렬이 곡예하듯 달렸다. 인도 출신의 젊은 드라이버는 과격하게(?) 자신의 혈기를 과시했다. 얼핏 보기에 오프로드를 제멋대로 달리는 것 같지만 차들은 나름대로 정해진 루트가 있었다. 뉘엿뉘엿해지자 사막 한가운데서 흥겨운 무대가 펼쳐졌다. 금발의 무희도 입에서 불을 뿜는 사내도 베두인족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지만 캔맥주를 부딪치는 이방인들에게 사막의 밤은 대단한 호기심과 흥미 그 자체였다.
사흘째 되던 날, 일행은 모노레일을 타고 곧장 인공섬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고급저택과 상가들이 야자나무 가지에 해당하는 양쪽으로 수려하게 펼쳐져 있었다. 말로만 듣던 7성급의 버즈 알 아랍 호텔이 싱그러운 페르시아만의 파도와 어울려 그림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선탠을 하고 있는 비키니 차림을 힐끗힐끗 쳐다보며 일행의 셔터소리가 따가운 해변을 뛰어다녔다.
일정 나흘째, 아부다비로 향했다. 한 시간 반 만에 도달한 그랜드 모스크 사원의 지붕이 히말라야의 설산처럼 눈부셨다. 검은 니캅과 히잡을 쓴 여인들이 모스크의 하얀 기둥과 묘한 흑백의 대비를 이뤘고 어디선가 관광객들은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일행들은 갖가지 포즈로 주인공이 되어 부드러운 바람을 스카프처럼 목에 둘렀다. 건물을 감싼 새파란 물은 마셔도 될 만큼 깨끗해 보였다.  
마지막 날, 구시가지의 전통시장과 금시장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일상을 좀 더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이밖에도 두바이몰의 음악분수쇼, 프레임 타워, 두바이왕궁 등등 두고두고 볼거리가 많은 여행이었다.
생각해보니 두바이는 상상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준 도시다. 사막이라는 척박한 지면 위에 레이아웃을 하고 초고층 빌딩과 각종 건물들로 제목을 뽑았다. 두바이를 사막의 기적이라고 하지만 틀린 말이다. 그들은 기적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만들어 가고 있었다. 두바이는 지금도 ing다. 척박한 사막이 오히려 그들에게 무한긍정의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을 베테랑 편집자들은 이미 간파한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