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편집 인사이트

<15> 기사 생산 메커니즘과 편집의 역할


기사는 세상을 비추는 거울인가?
기사는 기자나 언론사에 의해 틀지어진(framing) 가공품이다.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비추는 평면거울이 아니라 오목하거나, 볼록하거나, 색을 넣거나, 무늬를 입힌 ‘성형거울’인 셈이다. 커뮤니케이션학자 슈펠(Scheufele)은 ‘기사의 공정(process)모델’을 통하여 기사가 언론사 내-외부의 어떠한 변인에 의해 통제되고 가공되는가를 설명했다. 이 공정모델은 기사의 생산 메커니즘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틀이다.
첫째, 프레임빌딩(frame building)은 ‘기자의 개인적 속성 중 어떤 것이 미디어프레임에 영향을 미치는가?’, ‘언론사의 구조적 요인 중 어떤 것이 미디어프레임에 영향을 미치는가?’, ‘미디어에 압력을 가하는 외부 요인 중 어떤 것이 미디어프레임에 영향을 미치는가?’와 같이 기사를 둘러싼 역학관계를 밝히는 데 도움을 준다.
위의 질문을 분류해 보면 기사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기자 개인의 영향력’, ‘언론사 조직의 영향력’, ‘언론사 외부 영향력’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자 개인의 영향력’을 형성하는 하위 개념에는 이데올로기, 이슈를 대하는 태도, 직업적 규범 등이 있다. ‘언론조직의 영향력’을 형성하는 하위 개념에는 언론사의 정치적 성향, 소유 구조, 조직 관행 등이 있고 ‘외적 영향력’을 형성하는 하위 개념으로는 정치 주체(political actor), 이익집단, 경쟁 언론, 광고주 등을 들 수 있다.
둘째, 프레임세팅(frame setting) 과정은 ‘이슈 속성 부각(the salience of issue attributes)’에 관한 연구로서 2단계 의제설정연구이다.
이러한 슈펠의 기사 공정모델은 기사뿐만 아니라 편집기자의 레이아웃과 헤드라인 작업에도 적용된다. 기사와 마찬가지로 레이아웃과 헤드라인도 ‘편집기자의 영향력’, ‘언론조직의 영향력’, ‘외부의 영향력’이 개입되고 작동되기 때문이다

누가 왜 어떤 의도로 이슈를 확대재생산하나?
만약 정부가 ‘아파트 가격과의 전쟁’을 선포한다면 치솟는 아파트 가격의 현상과 원인, 그리고 ‘전쟁’의 결과 등을 분석하는 기사들로 넘쳐날 것이다. 이런 보도를 접하는 수용자들은 치솟는 아파트 가격이 현실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 의제설정이다. 의제설정이란 보도의 반복과 강조를 통해 수용자 뇌리에 이슈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미디어 행위를 말한다.
1990년대 신문은 의제설정 기능을 통해 독자에게 ‘무엇에 대하여 생각할 것인가’에 대한 이슈를 끊임없이 던져주었다. 다시 말하면 신문이 어떤 아이템을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다루고 특정 이슈를 더 크고 도드라지게 보도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신문이 제공해주는 문제를 더 많이 생각하고 이를 더 가치 있게 평가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매체가 늘어나고 채널이 다양화되면서 미디어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제는 미디어가 수용자의 생각하는 방식에까지 간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미디어 강효과 현상을 프레이밍(framing/틀짓기)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프레임은 ‘그림이나 사진 등을 끼우는 틀’로서 ‘액자(picture frame)’이다. 액자는 이미지의 선택과 집중을 결정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프레이밍 이론을 설명할 때 프레임은 어떤 사건이나 이슈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해설하는 것이다. 뉴스 밸류 관점에서의 프레이밍은 가치가 ‘있고 없고’, ‘크고 작고’를 판단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프레이밍을 ‘의미 생산 활동(meaning making exercise)’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독자 앞에 놓인 신문은 선택의 모든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다. 어떤 뉴스를 취재할 것이며, 어떤 관점에서 기사를 쓸 것이며, 몇 단(칼럼) 크기로 지면에 실을 것이며, 어떤 점을 강조할지가 고려된 것이다.
‘어떤 뉴스를 취재할 것인가?’는 수많은 사건사고 중에서 무엇을 이슈화해서 여론으로 발전시킬 것인가와 일맥상통한다. 의제설정의 핵심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어떤 관점에서 쓸 것인가?’는 기사를 기자 개인의 태도와 언론사 사시(社是)에 얼마나 부합되게 기술할 것인가를 지적한 말이다. 미디어 프레임의 기본 개념을 포괄적으로 언급한 질문이다. ‘몇 단(칼럼) 크기로 지면에 실을 것인가?’는 어떤 이슈나 그 이슈의 특정 측면에 대한 강조 또는 부각을 의미한다. 그리고 ‘어떤 점을 강조할지가 고려된 것’은 뉴스 가치 판단에 의한 헤드라인이나 지면 레이아웃 등을 의미한다.
매스커뮤니케이션 이론가인 탠카드(Tankard)는 미디어 프레임에 대해 ‘맥락을 제공하고, 해당 이슈를 선정(selection), 강조(emphasis), 배제(exclusion), 정교화(elaboration)함으로써 뉴스 내용에 대한 핵심적인 생각을 조직화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미디어 프레임 정의에 사용된 네 개의 개념(선정/강조/배제/정교화)은 신문이 해당 이슈나 사건을 의제로 설정하는 데에만 국한하지 않고 이러한 잠재적 대상에 포함된 구체적 속성의 현저성을 부각시킨다. 주로 신문에서 기사의 구체적 속성은 헤드라인 등에 의해 드러나고 강조된다.
이와 같이 의제설정에는 두 가지 단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의제설정 1단계는, 매스미디어에서 현저하게 드러나는 태도 대상(attitude object)을 수용자 머릿속의 상(像)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로써 치솟는 아파트 가격은 수용자에게 중요한 이슈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전통적인 의제설정 기능이다.
의제설정의 두 번째 단계는 매스미디어에 의해 ‘현저하게 드러난 태도 대상’의 숨겨진 속성들 중에서 몇 가지만을 취사선택해 틀짓기 하는 것이다. 서울의 치솟는 아파트 가격뿐만 아니라 ‘가계 부채 위기’, ‘지방 아파트 역전세난 우려’ 등 프레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멀티미디어시대 신문은 독자에게 ‘무엇에 대하여 생각할 것인가?’ 뿐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알려주며, 심지어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말해준다.
과거에는 신문 헤드라인이 1차 정보 전달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2차 내지 3차로 우선순위가 밀리게 되었다. 즉, 속보성 콘텐츠는 실시간으로 웹 채널에 넘겨주고, 신문은 해설과 분석 중심으로 역할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신문 헤드라인도 변신을 해야 한다. 기사를 요약하고 정리하는 수준의 단순 헤드라인으로는 수용자의 열독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이제 헤드라인도 이야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기사 속 다양한 정보로 스토리빌딩(story building)을 한 다음 편집기자의 시각으로 스토리텔링을 해야 한다.


스포츠조선 콘텐츠본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