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박광재 세계일보 디지털미디어국장

 편집부 출신… 온·오프라인 모두 정통
 올해 역점을 둔 부분은 ‘조직문화 혁신’
 신문편집기자들 공감능력 많이 키우고
 지면 틀 벗어나 다양한 역할 고민해야

 향후 온·오프라인 영역구분 사라질 것
 온라인 매체 회원사 수용 시너지 기대
 기사도 콘텐츠… 유통·소비 시각 필요
 위기는 곧 기회… 과감하게 도전해야

 

“편집국에서 지면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독자들과 가장 가까이서 일하는 부서가 편집부다. 기사를 포장해서 독자들에게 내놓는다는 측면에서 온라인 편집 업무의 기본 개념과 동일하지만 타깃 독자층이 다른데다 초단위로 소통하는 온라인에서는 빠른 판단과 감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잘 정돈된 국장실의 회의 탁자에서 마주한 박광재 세계일보 디지털미디어국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편집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박 국장은 그러면서 “연령대, 성별, 계층 등 다양한 독자의 형태와 차이를 인정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춰 뉴스를 요리할 수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온라인에서는 독자가 데스크다”라고 강조했다. 조금 더 깊이 있는 질문들이 이어지자 박 국장의 낮은 중저음이 국장실을 가득 메웠다.
세계일보 편집부 출신인 박 국장은 3년 전 온라인 부문으로 자리를 옮겨 온라인편집부장을 거쳐 온라인부문을 총괄하는 국장 자리에 오른 만큼 온·오프라인 분야 모두에 정통하다. 이런 그를 통해 신문 온라인 편집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보고 편집기자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다음은 박 국장과의 일문일답.

세계일보가 올해로 창간 30주년을 맞았다. 30주년을 맞으며 전사적으로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고 있다.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세계일보가 디지털역량을 강화하자는 얘기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나왔다. 다만 10여 년 전에는 ‘닷컴’이라는 형태로 한차례 바람이 불었다가 ‘그래도 페이퍼 아니냐’는 여론 속에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대중화로 촉발된 뉴스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페이퍼에만 의지해선 언론사들이 생존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를 고민했고 결국 ‘디지털로의 대전환’를 선언하며 지속적으로 내부혁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 개척 전략과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편집기자 출신으로 디지털미디어국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조직문화 혁신이다. 그중에 가장 핵심은 ‘마인드 체인지’다. 변화하지 않으면 언론사로서 설 자리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위기 의식을 공유하고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동참을 토대로 한 내부혁신이 절실한 시기이다. 조직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페이퍼와 온라인의 경계부터 허물어야 한다. 구성원들의 화합과 부서 간 융합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
신문과 온라인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신문지면이 편집자가 재료를 선택하고 요리한 후 ‘맛있는 음식이니까 드세요’라고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라면, 온라인은 먼저 독자들의 기호와 성향을 파악해 재료를 구매하고 독자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제공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종이신문에선 ‘뉴스 공급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되는 반면 온라인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뉴스를 보여주는 ‘서비스’ 역할이 더 강조된다. 그만큼 독자와의 교감이 중요하다. 업무 처리에 있어서도 그 차이를 인정하고 맞춰나갈 수 있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디지털미디어국을 이끄는 국장으로서 최근 자주 언급하는 단어 3개를 꼽는다면.
“우선 ‘딥체인지’가 떠오른다. 구성원들에게 ‘생각부터 바꿔라’라는 주문을 많이 한다. 우리가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콘텐츠들은 생산과 유통이라는 큰 틀 안에서 생각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 다음으로 ‘융합’을 많이 언급한다. 구성원의 융합이야 말로 업무에 있어 긍정적 시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 가장 큰 매개체다. 뿌리깊게 잔존하는 부서간 간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 끝으로 ‘도전’하라고 주문한다. 뭔가를 시도하는 기자들에게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해주고 있다.”
온라인 편집에 관심을 갖고 있는 편집기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프라인에서 길들여진 수직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문화, 소위 ‘힘’을 빼고 수평적인 공감능력을 많이 키웠으면 좋겠다. 지면 편집은 온라인에 비해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이 강하다. 독자들과의 교감이 상대적으로 단절된 구조다. 반면 온라인은 초등생부터 60~70대까지 뉴스 소비자들의 반응지수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 즉 고객들의 반응이 중요한 만큼 연령대, 성별, 계층 등 다양한 고객의 형태와 차이를 인정하고 고객처럼 생각하고 표현하며 재미와 감동을 공유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쉽게 말해 온라인에서는 독자가 데스크인 것이다.”
편집기자가 온라인 영역에서 갖는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편집국에서 지면이라는 플랫폼을 갖고 독자들과 가장 가까이서 일하는 부서가 편집부다. 기사를 포장해서 독자들에게 내놓는다는 측면에서 온라인 업무의 기본 개념과 동일하다고 본다. 다양한 플랫폼에 몰려있는 독자들 시선을 묶어둘 수 있는 맞춤형 제목을 달고 비주얼 요소를 가미할 수 있는 콘텐츠 가공 및 유통자로서의 능력은 온라인에서 활용성이 높다고 본다. 발빠른 뉴스밸류 판단 능력 역시 독자들에 대한 접근성 측면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신문의 위기라는 목소리와 더불어 편집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편집기자의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편집기자들이 위기 의식을 느껴야 한다. 이젠 취재기자들이 온라인 편집까지 완성형으로 출고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고 있다. SNS의 경우 취재기자들이 직접 생산하고 포장해서 독자들과 직접 교감하는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소통하는 형태가 하나의 트렌드로 정착되고 있다. 편집기자들의 과감한 자기계발과 혁신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시장 상황이 워낙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몇 년 뒤에는 기존 편집기자의 고유 영역이 더 축소될 수도 있다. 지면이라는 제한된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변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온라인 매체와 편집기자들을 편집기자협회 회원사 또는 회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결론적으로 찬성한다. 앞으로 온·오프라인의 영역 구분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으로 본다. 다만 다양한 규모, 형태의 온라인 매체들이 존재하는 만큼 수용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편집기자협회의 고민일 수 있다. 또 편집기자협회의 활동성을 강화시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본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향후 온라인 미디어 조직의 변화를 전망한다면.
“예전에는 기사를 놓고 유통과 소비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포털, SNS 등 콘텐츠를 소비하는 플랫폼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미디어의 콘텐츠 유통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유통파트에서 요구하는 콘텐츠를 생산파트에서 지속적으로 공급해주는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제는 언론사의 운영을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구분하기보다는 콘텐츠 기획, 생산, 유통시스템으로 전환, 통합적인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언론사가 사회 공공재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론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체로서 소비자의 요구를 무시하고는 버텨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