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노승옥 JTBC 뉴스PD

방송에서 맹활약 하는 ‘편집기자’를 만났다. JTBC의 노승옥 뉴스PD(정치부회의CP)다. 노PD가  ‘신문’ 중앙일보를 떠나 ‘방송’ JTBC로 무대를 옮긴지 10년이 다 돼가고 있다. 노 PD에게 예전 편집기자의 삶과 지금 PD의 삶이 어떤지를 얘기해달라고 부탁했다. 노 PD는 “편집기자들이 방송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며 “적극적으로 진출해보라”고 후배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그에게 뉴스PD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언제부터 편집기자의 길을 걷게 됐나.
2000년 서울신문에 입사했다가 2003년 중앙일보로 옮겨갔다.
JTBC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2010년이었던 것 같다. 중앙일보 편집국에서 아이패드용 앱을 개발하라는 국장의 지시가 떨어졌다. 그때 기획자와 사진기자, 편집기자, 디자이너 한명씩 차출돼 앱을 만들게 됐다. 이후 종편사업계획서를 만들 때도 참여하면서 중앙일보 방송추진단 활동을 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다.
정확히 언제부터 방송에 참여하게 됐나.
2011년 12월 1일 JTBC가 개국했다. 2011년 초 방송설립추진단이 생기고 그때 세팅을 중앙일보 신문기자 출신 10명 정도가 맡았다. 방송기자들을 어떻게 뽑을 것인가, 카메라와 CG는 어떻게 세팅할 것인가, 그리고 보도국은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등등 주제별로 팀으로 나눠 세팅 작업을 했다. 난 편집이니까 제작국 세팅을 맡았다.
뉴스PD라는 게 조금 생소한 개념인데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
편집기자는 지면을 기획하는 지면PD다. 뉴스PD는 뉴스 프로그램 기획자다. 뉴스를 어떤 식으로 가공해서 전달하면 잘 먹힐 것인가 하는 것을 기획하는 사람이 뉴스PD라고 본다. 편집기자에서 뉴스PD가 된 경우와 원래 pd 출신들(시사나 교양)이 뉴스pd로 전향한 경우도 있다. 그런 분들이 골고루 섞여 JTBC의 뉴스PD 직군을 이루고 있다. 
편집기자에서 뉴스PD가 됐을 때 별 어려움은 없었나.
오리지널 방송PD가 아니었으니까 조금 있었다. PD들이 갖고 있던 기술적인 부분들에 대해 잘 몰랐다. 대신 방송 출신 pd들은 밸류 판단 등 '뉴스'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 낮았다. 그래서 서로 배워가면서 장점을 흡수했다.
뉴스PD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오전 8시 20분쯤 출근해 일단 조간뉴스를 다 챙겨본다. 다음 오전 회의를 하고. 내가 관여하고 있는 정치부회의는 4개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쉽게 말해 오늘 여당팀은 양승태 대법원장을 다루고 야당팀은 다른 것을 맡고 이런 식으로 대략 조율을 하고 팀별로 일거리를 나눠 배분한다. 기사계획이 잡히면 위에다 보고하고 난 후 10시부터는 뉴스와 뉴스메모를 보기 시작한다. 뉴스화면 하단에 들어가는 티커 뉴스도 작성한다. ‘응답하라다정회’라는 코너에 들어 갈 원고도 써서 넘겨줘야 한다. 각 당별로 오늘의 주제가 있다. 관련 SNS 담당도 제 몫이다.
SNS는 어떻게 관리하나.
일종의 예고 기사를 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오늘 청와대 발제에서는 한미방위비분담금 확정을 한다. 그런 것들을 SNS로 미리 예고한다. 기자 보고들은 바로 SNS로 내보내면 민감할 수도 있으니까 상황을 잘 봐서 판단한다. SNS 관리 외에 ‘강지영의 톡쏘는 정치’라는 코너도 있다. 그 코너에서 원고 검수, 제목 데스킹, 방향까지 잡아준다. ‘이렇게 달았을 때 이런 문제가 있으니까 반론이 필요하다’ ‘이건 속보니까 반영해 달라’고 지시하고 오케이를 준다. 담당 기자들이 직접 쓰고 있는 원고도 단말기를 통해 체크한다.
방송에 나가는 제목 데스킹은 어떤 식으로 하나.
작가들과 피디들 팀원들이 네이버 라인으로 올려준다. “오늘 들어가는 오프닝 자막입니다”라고 라인방에 올리면 수정해서 다시 올려놓는다. 중간 중간에 피디들의 원고도 데스킹 한다. 영상도 함께 체크한다. “홍준표 이 영상 괜찮겠어요?”라고 물어보면 피드백을 준다. 손혜원 의원은 지금 중요한데 관련 뉴스를 키워라 등등 지시를 한다. 좌상 제목도 컨트롤한다.
좌상 제목은 뭔가.
어깨걸이라고 하는데 화면의 좌측 상단 제목을 방송에서는 흔히 좌상이라고 한다. 좌상은 낚시성과 재미가 다 있어야 한다. 좌상을 통해 유입되는 시청자들이 꽤 된다. 기사가 나오면 양승태가 들어갈 때 어떤 얘기를 했는지 뭐가 쟁점인지 미리 기사보고에서 다 체크를 한다. 이걸 미리 다 작업을 해서 기사 단말에 붙여둔다. 그래야지만 나중에 생방 중에 온에어가 가능하다. 초계기 뉴스 같은 속보 상황에선 뉴스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급하게 고민한다. 생방송 중이라도 중요한 브리핑이라면 틀고 있는 전체적인 큐시트를 깨고 영상에 바로 물린다.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도 내 일이다. 개각 발표 등 중요한 뉴스가 속보로 나오면 생방을 하면서도 제목을 달아 넣어야 한다.
하루에 제목은 몇 개정도 커버하나.
직접 다는 것만 100개 정도다. 오케이 사인을 내는 제목까지 합치면 하루 150여개의 제목들을 컨트롤 한다. 중앙일보에 있을 때는 아무리 많이 달아도 5~6개다. 그걸 가지고 열심히 머리 짜고 달면 선배들이 고쳐주고 했다. 신문은 프린팅 미디어이기 때문에 제목이 종이 위에 남아 독자들이 곱씹을 수 있지만 방송은 흘러가는 미디어라 자막이 들어갔다가 빠진다. 빠른 시간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한다. 자막의 생명력은 5초에서 10초다. 그 짧은 순간을 위해 노력은 많이 하지만 중앙일보에서 3면을 짤 때처럼 할 수는 없다.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JTBC엔 중앙일보 편집부 출신은 몇 명인가.
4명이다. 1명은 동기, 2명은 선배다. 다 각자의 역할을 한다.
기본적으로 다 뉴스PD들 인가?
그렇다.  중앙일보 편집부 중 젊은 기자 4명이 개국 즈음에 JTBC로 왔다.
JTBC 뉴스룸의 전체 흐름을 보면 신문의 페이지네이션과 유사한 점이 있는 것 같다. 해설도 있고 가십도 있고 칼럼 같은 앵커브리핑도 있고 뉴스룸은 기존의 뉴스 구성방식과 달랐는데 거기서 편집기자 출신들이 많은 영향을 미쳤나.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뉴스룸의 런다운을 구성하는 데에는 보도국 전체의 아이디어가 들어가고 편집기자 출신들이 많은 역할을 했다. 신문의 페이지네이션과 비슷한 측면도 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많이 올라왔다. 그 덕에 지금은 JTBC만의 색깔을 내고 있는 것 같다.
앵커브리핑은 신문에서 ‘잘 쓴’ 칼럼의 맛과 비슷하다.
앵커브리핑 세팅도 편집기자 출신이 했다. 동기인 배노필 차장이 했다. 처음에 글은 배 차장이 썼지만 세팅이 되고 나서는 작가가 쓰고 있다. 사진과 자막만 가지고 내보는 ‘오늘’이란 코너도 있었는데 이것 또한 편집기자 출신이 아이디어를 냈다.
프로그램 구성에 영향력이 큰 편인 것 같은데.
전체적으론 사장과 국장이 흐름을 결정하지만 개별단으로 왔을 땐 저희가 역량을 발휘해서 녹아나오는 작품들이 많다. 종편을 시작할 당시 ‘뉴스PD를 어떻게 세팅할 것인가’하는 고민이 많았다. 이제 8년이 넘어가니까. 어느 정도 정착이 돼가는 단계인 것 같다. 처음에 뉴스PD라고 했을 때 그럼 나도 방송편집을 배워야 되는 건가 고민했다. 내가 그러면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시사프로그램의 PD가 돼야 하는가? 그런 고민들을 했었다. 신문에서 내가 배운 건 ‘이게 뉴스가 되는지 안 되는지 뉴스를 판단하고 뉴스를 가공하고 뉴스를 잘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신문에서 배운 전공을 잘 살려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친정은 신문이고 걸음마도 거기서 배웠지만 지금은 방송이 훨씬 재밌다. 그리고 편집기자로서 역량을 발휘하기도 더 좋다.
어떤 측면에서 역량을 더 발휘하기 좋다는 것인가?
프로그램 개편 때 아이디어들을 많이 낸다. ‘이런 것을 해보자’하고. 제안한 것들이 실제 방송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다. 정치관련 SNS 피드백을 방송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정말 방송으로 됐다. 그게 ‘강지영의 톡 쏘는 정치’다.
편집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없나?
와서 보니까. 편집기자 출신의 강점이 확실히 있다. 우리만큼 뉴스를 판단하고 잘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어느 직군에서든 최고다. 이게 뉴스가 되는지 안 되는지, 이 뉴스를 어떻게 가공해야 되는지, 자막과 제목 같은 것은 어떻게 전달해야 되는지를 아는 능력은 편집기자가 가진 굉장히 소중한 자산인 것 같다. 편집기자가 오면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다.
매일매일 뉴스를 보며 트레이닝을 하다 보니 그런 능력이 키워지는 것 같다.
그 트레이닝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저는 신문에서 걸음마를 못 배웠다면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을 것 같다. 그래서 저는 편집기자는 기본에 충실해야 된다고 본다. 능력을 펼칠 기회는 열리게 돼 있다. 디지털로 가든 방송으로 가든 말이다. 신문이란 매체가 디지털로 전환되더라도 누군가는 기사를 셀렉트해야 되고. 누군가는 기사가 되는지 안 되는지 판단해야 되고 누군가는 제목을 달아야 되고 누군가는 사진을 골라야 된다. 그건 우리가 제일 잘한다. 대통령이 나와서 라이브로 발표를 할 때 그걸 듣고 그 자리에서 자막으로 칠 수 있는 사람은 편집기자 밖에 없다. 그걸 게을리 하면 안 된다. 평소에 준비해야 방송에 와서도 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