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인류라는 종을 일컫는 여러 단어가 있다. 현생 인류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고 부른다. 라틴어로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 외에도 감각하는 생물적 존재인 호모 비올로기쿠스(homo biologicus), 뭔가를 빚어내는 존재인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인 호모 파브르 (Homo faber). 그리고 모든 것을 즐기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접두사로 ‘호모’가 붙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인류를 의미하는 용어가 등장했다.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현생 인류와는 다른 새로운 종이고 특히 이 신인류는 인류사에 등장 날짜를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출현 시기가 명확하다.
2007년 1월 9일이 ‘포노 사피엔스 탄생일’이다. 아이폰 발표일이다. 폰 하나 발표되었다고 거창하게 신인류 운운할 것까지 있냐고 힐난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포노 사피엔스의 등장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이미 신인류의 탄생을 감지한 촉 빠른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이 용어는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서 스마트폰을 포노 사피엔스로 부른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처음엔 스마트폰을 지칭하는 용어로 출발했지만 점차 용례가 확장되면서 최근에는 “스마트폰 없이 생각하거나 생활하는 것을 힘들어 하는 사람 또는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로 정착하는 것 같다.
포노 사피엔스는 기존의 세대 개념과도 다르다. 과거, 세대를 구분하는 용어는 통상 무슨 제네레이션 이렇게 불렀다. 제임스 딘으로 표상되는 반항끼의 상징 비트세대, X세대, G세대, Z세대, 밀레니엄 세대 등이 우리 귀에 익숙한 세대를 구분하는 용어들이다. 그런데 포노 사피엔스는 무슨 제네레이션이 아니라 아예 인류 종 자체로서 구분되는 사피엔스의 진화된 모습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그만큼 이 신인류는 기존의 어떤 세대와도 두드러지게 구별되는 현상을 드러내는 것 같다.
이들은 현재 10대 초반에서 20대까지 연령대에 속하면서 태어날 때 이미 모바일 환경이 구비되어 있었고 사물을 구분할 수 있는 순간부터 스마트폰이 당연히 있는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이다. 모든 정보와 지식 습득을 스마트폰으로 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은 물론 늘 누군가와 연결되어 이를 나누고 상호 소통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이런 특성을 기반으로 포노 사피엔스들은 정보 및 지식 등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태가 그 이전의 어떤 세대와도 다르다. 그래서 등장한 용어들이 스낵 컬쳐와 같은 문화 소비 행태와 관련된 용어들이다. 이들은 이동 간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동영상을 중심으로 정보를 소비한다. 조사에 의하면 한 번에 소비하는 길이는 평균 43초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 유튜브에선 이들의 특징을 연결(Connection), 창조(Creation), 공동체 참여(Community), 기획·발췌·활용(Curation)에 능하다고 앞 글자를 따서 ‘4C세대’로 부르기도 한다. 게다가 AI 스피커 같은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것마저도 너무 자연스러운 그런 존재들이다.
따라서 모든 디지털 문명의 최정수를 모두 일상에서 활용하며 생활하는 이 포노 사피엔스들이 주류가 될 미래는 기존의 대중사회와는 너무도 다른 속성을 지니게 될 것이다. 모든 산업 구조가 재편될 것이며 경제 시스템 역시 구조적인 변화가 불가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는 지금 시작해도 이미 늦은 감이 있다. 이미 미래는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와 있다.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우리와 다른 신인류와 섞여 살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미래는 그들의 것이다.

 

위즈메타 CTO 겸 한국외대 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