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최근 ‘스마트폰 ‘눈’싸움 치열… LG전자, 카메라 개발실 신설’이라는 제목의 신문기사가 내 눈길을 끌었다. LG전자가 소비자 조사를 한 결과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을 1주일에 한 번 이상 사용하는 사람 비중이 87%로 음성통화(81.6%), 소셜미디어(80.3%)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 한다 (한국경제 2019.1.16).  LG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3차원(3D) 센싱 기술인 ToF(Time of Flight) 기술을 적용한 카메라를 선보여 스마트폰으로도 DSLR 못지않은 포커스 아웃 효과 적용 촬영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고 한다.
스마트폰에 고성능 카메라 탑재 추세는 이미 2018년부터 렌즈를 3~5개 장착하는 것은 물론 망원·광각 렌즈까지 장착한 스마트폰들이 줄지어 출시된 상태다. 이런 현상은 굳이 분석을 할 것도 없이 답정너, 즉 결론이 명백하다. 그만큼 요즘 10~20대들은 사진과 비디오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것. 매월 사용자 수를 보면 인스타그램 10억명, 유튜브가 19억명이 넘는다 .그 중에서도 비디오는 양과 질 양면에서 그 증가 속도가 폭발적이다. 특히 초·중등학생들에게 유튜브는 그저 비디오 서비스가 아니라 검색 서비스 자체이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10월 17일 유튜브 서비스가 장애로 100분간 서비스 중단 되었을 때 극명하게 드러났다. 당일 네이버 10대 연령대의 검색 순위 1~5위 모두 유튜브 장애 관련 기사였다. 이렇게 유튜브가 선풍적 인기를 끄는 배경에는 이른바 유튜버라는 개인 동영상 크리에이터들의 급격한 증가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인기 유튜버들은 이미 연예인 못지않은 팬덤을 거느리고 있고 그들이 등장하는 행사엔 팬들이 구름같이 모여든다.
한국 개인 유튜버 중 최고의 가입자 수를 기록하고 있는 JFlaMusic 채널의 제이플라는 1월 2일  현재 10,716,306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소셜블레이드 통계에 의하면 유튜브 연간 광고 수입이 최대 약 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 외 초통령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도티는 250만명, 대도서관·양띵 부부는 합산해서 약 36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랭킹 1위인 7,7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퓨디파이의 경우 광고 수입만 1,700억원이 넘는다는 사실은 이미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조사에서 유튜버가 최상위권으로 나타나는 현상 역시 자연스럽다 하겠다.
필자가 이 칼럼을 통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포노사피엔스들이 문자 중심의 호모사피엔스들과는 달리 이렇게 동영상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호모비디오쿠스의 특징을 보이는것과 관련해서 기성세대들이 이들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즉, 문자 중심 커뮤니케이션과 영상 중심 커뮤니케이션은 맥루한의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통찰대로 미디어의 변화로 인해 인간의 인지 구조와 사고 구조 자체가 달라진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포노사피엔스의 핵심 연령대인 밀레니얼 세대들이 표피적이고 감각적인 사고 방식을 지니고 있어 심도 있는 사고를 못하고 그 결과 제대로 글 쓰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생활 양식도 삶에 대한 진지함보다는 즉흥적이고 꾸준함이 없고 성실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기성 세대의 평가는 호모 비디오쿠스의 특질을 지닌 포노사피엔스들에겐 적절치 못한 잣대 일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기 유튜버들의 일상을 보면 잘 드러난다. 많은 유튜버들이 기존의 블로그 대신 Vlog(Video+blog)라는 동영상으로 일상을 기록한 콘텐츠들을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있다. 이 vlog들을 보면 이들이 유튜버로 성공하기 위해 얼마나 하루 하루를 성실하게 노력하며 생활하는지 잘 알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이들은 늘 영상으로 자신의 일상을 세밀하게 기록하고 이를 정리 편집해서 하루 하루 성실하게 콘텐츠를 생산한다. 그리고 자신도 유명 유튜버가 되기를 꿈꾸는 아이들 역시 이들의 행적을 따라하며 하루 하루 성실하게 Vlog를 기록한다.
당장 유튜버 일상이라는 키워드로 유튜브를 검색해 보면 한국에서만 약 1,000만건에 가까운 콘텐츠가 검색 될 정도로 많다. 물론 유튜버 중에 욕설이나 문법 파괴 등 문제시되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들도 없지 않지만 그런 문제성 콘텐츠조차도 아주 성실한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들의 꾸준한 노력과 성실함을 보면서 역린이라는 영화에서 인용되어 화제를 모았던 중용 23장의 내용이 떠올랐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유튜버들이 이 대목에 참 걸맞은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말이 안 믿어 진다면 지금 유튜브에서 유튜버들의 일상을 한번 찾아보시라. 그들이 얼마나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정성스럽게 하고 있는지를. 개인이 천만 구독자를 보유한다는 게 거저 되는 줄 아는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성실과 그 모습이 다르다 해서 불성실하다고 함부로 얘기 할 일이 아니다. 나는 포노사피엔스들이 열어갈 미래를 낙관한다. 애들 뭐라하기 전에 나나 잘 할 일이다. mea culpa !
위즈메타 CTO 겸 한국외대 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