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김선호 48대 협회장 축사


1964년 9월 28일.
서울 중구 태평로 신문회관에 젊은 편집기자들이 모였습니다. 정치도 사회도 모든 게 어수선하던 시절. 편집기자의 자질 향상, 권익 옹호,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하는 한국편집기자회가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9월 28일.
선배들이 큰 뜻 모아 만든 협회가 창립 55주년을 맞았습니다. 어느 기자단체보다 왕성하게 활동하고, 회원 간의 끈끈한 유대감이 빛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기자 직능단체로 성장했습니다.
짧지 않은 반세기. 편집기자협회는 격동의 한국 현대사와 그 맥을 함께 했습니다. 어둡고 공포에 찬 엄혹한 시기를 국민과 함께 겪었고, 눈부신 경제 성장의 감격과, 뜨거운 민주화 열망을 나누었습니다. 우리 편집기자들은 언제나 생생한 역사 현장의 가장 중심에 있었습니다. 경천동지할 대특종들은 단 하나의 예외 없이 편집기자들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왔습니다.
협회는 창립 이래 국민들의 올바른 언어사용과 뉴스가치 증대에도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1967년 11월 편집기자협회보 창간호가 태어났고, 1969년엔 신문제작용어통일안을 만들었습니다. 신문 한글 전용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며 한글학회 전용 연구실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한국 언론 발전을 위한 많은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우리 후배들이 마땅히 자부심을 가져야 할 이유입니다. 뿐만 아니라 친목단체를 넘어 전문성을 겸비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2011년 9월 기자 단체로는 가장 먼저 ‘사단법인’으로의 전환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여러 기자 단체들이 편집기자의 길을 따라 사단법인으로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협회는 편집기자간 소통과 지식 전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협회 창립 3주년인 1967년 9월28일엔 제1회 회원사 대항 한국신문협회장기 쟁탈 배구대회가 서울운동장에서 열렸습니다. 전국의 편집기자들이 1년에 한번 모여 우정을 나누는 화합의 장이자 협회의 상징과도 같은 배구대회는 올해로 52회째를 맞았습니다. 
매달 발행하는 협회보는 물론이고 1년에 수차례 데스크, 간사, 회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학술 세미나도 개최해 오고 있습니다. 각 세미나마다 그 시대의 뜨거운 이슈를 다루며 회원들의 자질을 향상하고 업무 이해도를 높이며 나아가 신문 제작에 반영할 새로운 트렌드를 익힐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매달 훌륭한 지면을 선정해 시상하는 ‘이달의 편집상’은 200회를 훌쩍 넘었고, 1년 동안 한국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지면들을 엄선하는 한국편집상은 올해 25회째를 맞았습니다.
창의력과 열정을 바탕으로 한 노력의 결과, 우리는 신문 제작의 최종 파수꾼으로서 한국 언론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회원 여러분의 노고에 뜨거운 격려와 박수를 보냅니다.
전국의 편집기자 여러분!
오늘날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디바이스의 분화와 함께 미디어 융합 경쟁이 일상이 되는 등 우리가 몸담은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신기술이 내일은 구닥다리 유물이 되는 시대를 감당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 진화해야 할 때입니다. 일방적인 뉴스 전달 방식에서 소비자와 상호 소통하는 저널리즘으로 언론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우리가 담당하고 있는 고유의 기능과 역할 역시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최초의 독자이자 최후의 기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편집기자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뉴스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신문을 제작하고 독자들에게 배달되기까지 전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기자 직군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편집기자들이 나아갈 길은 사실상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선배들한테 배운 편집 기술만 고집해서는 새로운 시대에 조응할 수 없습니다. 뉴미디어 시대의 편집기자는 모범적인 정보 전달자에 그쳐선 안 됩니다. 뉴스를 분석하고 통찰하고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의미를 부여해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도와야 합니다. 뉴스의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을 관장하는 뉴스 유통 전문가로 거듭나야합니다. 
9월 28일은 매년 돌아옵니다. 해마다 그 날을 기억하며 한국편집기자협회는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고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회원들의 권익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여러분은 언론인의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고, 사회적 소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스스로를 단련해 주십시오. 우리가 받은 것을 후배들에게 온전히 물려주기 위해 모두 한 마음으로 다가올 반세기를 준비하고 개척합시다. 감사합니다. 2019년 9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