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윤여광의 편집 인사이트

<20> 스토리텔링 편집의 3C➋


다매체 다채널 시대 기존 신문사의 기사 생산 범위는 너무 좁다. 한정된 인력으로, 한정된 지면에, 한정된 내용만 싣다 보니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 반면 수용자의 정보 욕구는 날로 커져만 가고, 관심 범위는 넓어지고, 읽고 싶은 주제도 매우 다양해졌다. 오리지널 소스(original source)인 기사 생산의 제한은 콘텐츠의 부족으로 이어지고, 콘텐츠의 부족은 스토리 빈곤으로 귀결된다.
멀티미디어 시대의 편집 과정 역시 올드미디어 시대와 달라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스토리빌딩 요소가 가미되어야 한다. 뉴미디어 시대 뉴스 편집은 취재기자가 생산해서 뉴스 아카이브(archive: 기자들이 생산한 기사나 사진 등을 저장해 놓은 콘텐츠 저장소)에 올려놓은, 즉 내용과 양이 한정된 기사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편집 소싱(sourcing)의 경계를 허물어 온-오프라인 등 모든 곳에서 스토리 요소를 찾고 만들어야 한다.
편집 콘텐츠를 소싱하기 위한 대상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취재기자가 생산한 오리지널 콘텐츠(original contents)이다.
둘째, 온-오프라인 매체들이 생산하는 오픈 소스 콘텐츠(open source contents)이다.
셋째, 레이아웃에 필요한 사진이나 상징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얻는 시각 콘텐츠(visual contents)이다.
물론 오리지널 콘텐츠만으로도 편집은 할 수 있으나 차별화된 스토리텔링을 하기 위해서 나머지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 범주에서 편집 콘텐츠는 재료에 불과하다. 이러한 재료를 가공해서 하나의 완성된 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 하나하나의 완성된 콘텐츠가 모여 하나의 지면이 되고, 전체 신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편집기자가 편집 콘텐츠의 범위를 넓혀서 생각하지 않으면 뉴스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뉴스 편집의 콘텐츠 법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편집기자는 최고의 이슈메이커(issue maker)가 되어야 한다. 스마트미디어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는 ‘1인 저널리스트 시대’이다. 블로그, 팟캐스트,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에 개인의 주의 주장을 손쉽게 공시할 수 있게 되면서 콘텐츠의 진위와 가치 판단이 어려워졌다. 따라서 누군가는 핵심(core) 콘텐츠를 만들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옳고 그름’을 유통시켜야 한다. 그 역할을 편집기자가 해야 한다.
둘째, 편집에 대한 통찰력이 독창성을 만든다. 편집기자에게는 진정한 프로정신과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편집의 메커니즘과 프로세스에 정통해야 콘텐츠를 제대로 만들어 낼 수 있다. 편집 콘셉트를 명확히 하고 소속 신문사의 정체성에 따라 차별화된 관점과 인포토리(information+story)를 제시해야 한다.
셋째, 수용자의 충성심을 유발하라. 편집기자가 스토리텔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궁극적으로 열독률을 높이고 매체 파워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다. 따라서 모든 스토리텔링에는 목적과 목표, 그리고 제작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잘된 스토리텔링은 목적을 구현하고 목표 달성에 필요한 킬러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다.
넷째, 친밀하게 접근하라. 수용자가 알아야만 하는 것, 수용자가 알면 좋은 것, 수용자가 즐길 만한 것 등을 수용자 입장에서 흥미롭고 재미있게 전달해야 한다. 콘텐츠의 종류에 따라 메시지 전달 방법을 달리해서 지속적 충성심을 유발해야 한다. 뉴스와 정보가 널려 있는 세상, 딱딱하고 권위적인 스토리텔링은 외면받기 쉽다.
다섯째, 콘텐츠를 재창조하라. 편집기자들은 널려 있는 콘텐츠를 재활용(recycle)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재활용은 처음부터 치밀하게 기획하고 의도된 ‘나만의 콘텐츠’가 아니라 모방이나 패러디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종이와 PDF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서비스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의도된 콘텐츠’로 재창조(re-imagine: 어떤 콘텐츠를 차용하되 스토리를 완전히 바꾸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혹은 renovate라고 부르기도 한다)해야 한다.
여섯째, 가치를 심어줘라. 좋은 콘텐츠는 수용자의 정보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켜 주며, 삶의 질을 향상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수용자를 설득해서 그들과 공감하는 콘텐츠가 가장 가치 있고 이상적인 콘텐츠이다.
일곱째, 설명하지 말고 보여줘라. 장황하게 설명하지 말고 콘텐츠를 시각화해야 한다. 시각화하면 인포그래픽 등 이미지만을 연상할 수 있으나 다양한 편집 요소들을 시각적으로 디자인하는 것도 지면의 시각화이다.
여덟째, 깜짝 놀랄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라. 때로는 편집 형식을 파괴하는 과감한 콘텐츠 전략도 필요하다. 수용자들을 놀라게 함으로써 새로운 호기심과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파격은 편집의 정체성을 강화할 뿐 아니라 신문의 개성을 살리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아홉째, SNS에 SOS를 보내라. 이제는 더 이상 편집이 종이 매체라는 한계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좋은 편집 콘텐츠는 SNS 공간에서 상호작용의 중요한 촉매가 되어 수용자와 신문사, 수용자와 기자 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한다.
열째, 너 자신을 알아라. 앞에서 지피지기 전략을 소개했다. 나를 알아야 수용자를 공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소속 신문사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특화해야 한다. 소속 언론사만의 킬러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모든 콘텐츠를 만들려고 해서도 안 되고 만들 수도 없다.

스포츠조선 콘텐츠본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