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회원사 코로나 비상계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며 언론사 편집부서에서도 이에 대비한 컨티전시 플랜(contigency planㆍ비상운영계획) 세우기에 들어갔다. 다수 언론사가 별개의 업무공간을 마련하거나 재택 근무 순환조를 편성하는 등 근무공간과 인력을 재배치했다. 만약을 대비해 PC방 등 제3의 근무처를 둘 계획을 세운 곳도 있다.
조선일보는 ‘편집국B’ 팀을 구성해 취재, 편집 인력이 구관에서 별도 근무하고 있다. 조선일보 미술관에 근무하는 본사 인력과 별개로 경제 섹션 소속 5, 6명과 그래픽 담당 2명을 포함한 7, 8명이 현재 따로 근무 중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직장 폐쇄조치가 단행되면 편집국B의 인력이 감면을 하는 강수를 두고서라도 제작, 발행을 할 예정이다.
한국일보는 3월 2일부터 본사가 위치한 서울 남대문로가 아닌 상암동으로 출근한다. 이른바 ‘공간 분할 근무’다. 남대문로 본사에 편집부 3분의 2가량이 남고 디자인 2명과 조판 2명을 포함한 10여명은 별도 공간에서 따로 근무를 하고 있다. 애초 한달 정도 분할 근무를 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 추세에 따라 비상 체제를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일보 관계자는 “신문 제작에 결정적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의사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업무 과정에서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3월 15일부터 편집부 층간 분리 근무를 하고 있다. 경제 섹션과 문화면 편집자 8명(데스크 1명 포함)이 원 근무지인 14층을 떠나 18층에 따로 마련한 사무실에서 근무 중이다. 14층과 18층 양쪽 편집자들에겐 접촉금지령이 내려졌다. 향후 만에 하나 내근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원격 조판 시스템을 활용한 재택근무 방안도 마련해 놓았다.
세계일보 역시 3월 2일부터 근무지 이원화로 쪼개기 근무를 하고 있다. 가산동에 있는 윤전기 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해 편집자 4명, 조판자 3명이 출근 중이다. 동아일보와 마찬가지로 본사와 가산동, 양쪽에서 근무하는 편집자끼리 접촉 금지령까지 내려졌다.
중앙일보는 사무실이 폐쇄될 경우를 대비해 편집부 일부 인원이 중앙선데이로 이동해 편집‧조판을 하고 있다. 이동한 편집기자에게는 각자 노트북을 지급했다. 방역 소독이 끝나면 인원을 원대 복귀시킨다는 계획이다. 만약 중앙선데이까지 동시 폐쇄 땐 상암동 JTBC 건물로 편집인력을 이동한다는 제3의 선택지도 가능하다. 이때는 중앙선데이의 편집기자 5명을 예비 인력으로 활용하게 된다.
부산일보는 최근 편집부 전원이 모의 원격접속 테스트를 시행했다. 현재 편집부 17명 전원이 평상시대로 출근 중이나 만약의 경우 원격 접속을 통한 재택근무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일보 관계자는 “재택 등 근무 형태에 대해 우려하는 동료도 있다”면서 “집마다 PC의 사양이 천차만별인데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업무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경제는 유사시 PC방에 모여 신문을 제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부서별로 재택근무를 실시한다. 한국경제 관계자는 “PC방은 대중 시설이라 감염에 취약한 면이 있는게 사실이나 비상시에는 총력을 다해 근무 차질이 없게 할 것”이라고 했다.
사측에 별다른 장기 대비책이 없어 애태우는 곳도 있다. 한 지역 신문 관계자는 “위급시에 대비한다는 말뿐, 현단계에서 별다른 조치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이 짙은 만큼 언론계에서도 비상 근무 모범사례 전파 등의 대책을 강구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일각에선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시 편집 업무 자체가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편집기자는 “원격접속 근무를 이상없이 수행가능하다는 게 증명되면 나중에 휴가 시에도 데스크가 편집을 지시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