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구선아 기자의 디자人 이야기


 ‘코우너스’의 조효준(왼쪽) 디자이너와 김대웅 디자이너.



코우너스는 을지로에 위치한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리소 인쇄 전문 인쇄소다. 서울을 기반으로 2012년부터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2도 인쇄기 MZ970 2대와 드럼 23개를 보유하여 사용하고 있다. 리소 인쇄(Risograph)는 하나의 문서를 여러 장 찍어 낼 수 있게 개발된 등사기(Mimeograph), 이를 반자동화한 윤전식 등사기의 방법과 흡사한 공판 인쇄 기법이다. 공판이 되는 막을 마스터(Master)라 하며, 마스터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이미지를 표현한 뒤 그 사이로 잉크를 용지에 밀어내면서 인쇄가 진행된다. 이와 같은 원리를 디지털화해 보다 빠르고 간편하게 개발한 인쇄기를 디지털 복제기(Digital Duplicator)라 하며, 현재 리소(Riso), 듀프로(Duplo), 리코(Ricoh)가 디지털 복제기를 출시하고 있으나 보편적으로 ‘리소 인쇄’라 칭한다. 리소 인쇄는 실크스크린과 흡사한 느낌으로 진행되며 인쇄물에 망점이 찍히고 색깔이 선명해 빈티지한 매력을 풍기기도 한다. 코우너스는 리소 인쇄를 즐겨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거나, 아직 리소 인쇄를 접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오픈 하우스, 워크숍, 전시 등의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Q.리소그래피 인쇄소이자 디자인스튜디오 ‘코우너스’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김대웅: 2011년, 겨울이었던 것 같은데요. 같이 책을 만들어보려고 몇 번 만나서 회의를 했어요. 당시 남대문을 자주 왔다 갔다 했는데 그 지역의 특징이 있잖아요. 동네 가게마다 다양하게 꾸민 코너들을 보고 ‘코너’를 주제로 이어지는 작업을 간행물로 만들어보면 좋겠다 싶었죠. 이때 인쇄 방법과 비용에 대한 얘기도 하게 됐는데 효준이 리소 인쇄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서 국내에서 리소 인쇄기를 판매하는 업체를 찾아 인쇄기를 구입한 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조효준: 저희가 디자인 회사에서 인턴으로 처음 만났었거든요. 그때 첫 임무가 연말 카드를 만드는 거였어요. 작업 관련 대화를 하다가 제작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즐거웠고, 당시 디자이너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개인 작업을 독립 출판물로 제작하는 것이 왕성해지기 시작하던 시기였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같이 한번 만들어보자’ 하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인쇄업과 그래픽 디자인 업무 간의 균형은 어떻게 맞추고 계시나요?
김대웅: 시작할 당시부터 인쇄소, 스튜디오 업무를 동시에 해왔는데요. 3년 전, 인쇄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박수현 씨와 함께하면서 각 파트별 집중력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디자인 작업이나 인쇄 업무 외에도 각자 관심이 있는 방향에서 출판, 워크숍, 이벤트, 전시, 제품 기획 등 다양한 일을 자율적으로 하고 있어요. 경제적으로 보면 어쨌든 스튜디오가 중심이고, 인쇄소가 보조 역할이지만, 정체성 부분으로 보자면 비중이 반반인 것 같아요.
조효준: 지금 저희 둘은 의뢰받은 디자인 작업에 좀 더 힘을 쏟는 편이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유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인쇄와 디자인 파트, 커미션 작업과 자기 주도 작업이 유기적인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Q.리소그래피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김대웅: 밝고 선명한 색감이요. 그리고 스텐실 인쇄를 비교적 쉽게 대량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요. 디자이너로서 인쇄 과정을 직접 진행한다는 점도 흥미롭죠.
조효준: 핀이 어긋나는 것이 리소 인쇄 기법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인쇄소마다 다르겠지만 저희는 그렇지 않은 편입니다. 오프셋 인쇄와는 다른 개념이지만, 비교하자면 그만큼 코우너스는 인쇄를 최대한 정교하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인쇄를 맡기는 소비자에게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별색 인쇄를 소량 인쇄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저희에게는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간편히 실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Q. 코우너스는 스튜디오 구성원이 디자이너이기도 하면서 또한 클라이언트로 디자이너의 작업을 의뢰받아 함께 작업하기도 하는데요. 이를 통해 얻는 상호보완적인 효과가 있을까요?
조효준: 다른 디자이너들이 의뢰한 작업을 인쇄할 때, 제 시각에서 의아한 결과물이 나온다면 디자이너에게 연락해서 의도한 것이 맞는지를 확인할 때도 있죠. 반대로 인쇄되어 나온 의뢰인의 작업을 보고 저도 몰랐던 다른 정보를 얻는 경우도 있고요.
김대웅: 다른 작업자를 알게 되는 기회가 생겼어요. 덕분에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을 알게 된 것 같고요. 결과적으로 스튜디오 홍보에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Q. 스튜디오 코우너스가 진행했던 그래픽 작업 중에 가장 소개하고싶은 작업은 무엇이 있나요?
김대웅: 한솔제지 소식지, ‘가지’를 소개하고 싶은데요. 기존 ‘가지’는 종이를 매체로 다루는 작업자들의 현장 이야기를 인터뷰로 전하는 형식이었어요. 저희는 종이를 매체로 하는 인쇄와 가공 방법에서의 가능성을 찾아보고, 그것들을 담은 제작 가이드이자 하나의 예술 서적으로 만들어보려고 했어요.
조효준: 코우너스는 가지 9호부터 기획, 디자인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9호는 오프셋 인쇄, 10호는 레이저 커팅이나 엠보싱 등 종이 후가공, 11호는 스텐실 인쇄를 테마로 진행했습니다. 특히 11호에서 스텐실 인쇄의 다양한 면을 조명하고자 했어요. 원래 11호는 제작에서 모든 인쇄를 리소로 하고 싶었는데요. 맨들맨들한 내지 특성상 리소 인쇄를 하면 잉크가 잘 스며들지 않고 묻어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프셋 인쇄를 하게 되었어요. 대신 별도의 종이에 따로 리소그래프 인쇄를 하여 표지 부분을 감싸는 방식으로 제작해봤습니다.  


Q. 인쇄소를 운영하는 그래픽디자이너로서 기존에 디자인 작업을 진행할 때 특별히 선호하는 아웃풋 형태는 무엇인가요? 인쇄, 영상, 모바일 등 여러 매체 중에서.
조효준: 개인적으로는 콘텐츠와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것들을 담을 수 있는 어떠한 종류의 아웃풋이라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그 아웃풋이 결국엔 인쇄, 영상, 모바일 등의 매체가 될 수도 있고, 전시나 워크숍 형태의 아웃풋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요.


Q. 리소 인쇄를 알리기 위한 전시와 워크숍, 가이드북 출판 등이 인상 깊은데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대웅: 올해부터 박수현 씨가 기획과 진행을 맡아서 리소 2도 인쇄, 리소 4도 인쇄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코로나로 인해 3월부터 잠시 중단된 상태입니다. 각종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워크숍을 운영하기도 했고, 단체나 그룹 신청을 받아서 워크숍을 기획하고 진행하거나 새로운 이벤트를 열기도 합니다. 또 인쇄소를 시작하면서 여러 버전에 ‘리소그라프 가이드’를 제작했는데요. 인쇄 방법도 알리고, 의뢰하는 사람에게 참고 될 만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미지 모드나 폰트 사이즈, 투명도에 따라 리소 인쇄로 표현 가능한 색과 질감, 농도 등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저희 웹사이트에 대부분의 내용을 올려뒀어요.
조효준: 처음 워크숍을 기획했던 시기에는 의뢰받은 인쇄만 하는 업무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리소에 대해 직접 알려주는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리소 인쇄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이제는 새로운 콘텐츠를 담은 워크숍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Q. 대중들에게 소비되는 주류 매체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인쇄업을 겸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러한 흐름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조효준: 요즘은 디지털 매체를 많이 사용하고, 그런 방향의 작업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디지털 포맷의 작업이 ‘요즘 언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하지만 저는 이 매체만이 ‘요즘’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하고 세련된 수단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매체들이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봐요. 오히려 앞으로는 다양한 것들이 혼재되어서 새로운 형태로 등장하지 않을까요?
김대웅: 디지털 미디어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 알아가고 있는 단계예요. 어떤 매체라도 인쇄 매체와 닮은 부분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새로운 매체에도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경제 디자인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