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226회·227회 이달의 편집상


한국편집기자협회(회장 신인섭)는 제226·227회 이달의 편집상을 4편씩 선정했다.
227회 이달의 편집상에는 종합부문 조선일보 서반석 기자 <사는 집도 걱정, 먹는 물도 걱정>을 비롯해, 경제·사회부문 스포츠서울 강성수 기자 <함께 날아가려다… 직장 날아가게 생겼다>, 문화·스포츠부문 중도일보 박새롬 기자 <내일의 운동장엔 눈물 아닌 땀방울만 떨어지도록>, 피처부문 부산일보 김동주 차장 <이만큼 사람과 떨어지면 그만큼 자연이 다가와요>가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서반석 기자의 <사는 집도 걱정, 먹는 물도 걱정>은 부동산정책 난맥상과 수돗물 유충 확산이라는 두 기사를 불안한 시민들의 입장에서 간명하게 엮어낸 제목으로 박수를 받았다. 강성수 기자의 <함께 날아가려다… 직장 날아가게 생겼다>는 제주항공이 인수를 포기해 대량실직 위기에 놓인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막막한 처지를 또렷이 부각시켰다. 박새롬 기자의 <내일의 운동장엔 눈물 아닌 땀방울만 떨어지도록>은 ‘故최숙현법’ 통과를 계기로 체육계 폭력 근절의 희망을 시적인 제목에 울림 깊게 담아냈다. 김동주 차장의 <이만큼 사람과 떨어지면 그만큼 자연이 다가와요>는 비대면 여행 명소를 무릎을 치게 하는 대구 제목으로 안내했다.
7월 16일~8월 15일자 지면을 대상으로 한 227회 이달의 편집상에는 19개 회원사 73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앞서 7월 23일 결과를 발표한 226회 이달의 편집상에는 종합부문 경향신문 조현준 기자 <나는 외롭다>, 경제·사회부문 경남신문 김세정 기자 <질릴 때도 지를 때도 여기로 와>, 문화·스포츠부문 중부일보 심미정 부장 <초록은 동색>, 피처부문 매일신문 남한서 차장 <공부까지 거리두면 안 되잖아요>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조현준 기자의 <나는 외롭다>는 외롭지 않은 것 같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한국인의 역설적 상황을 타이포그래픽으로 형상화했다. 김세정 기자의 <질릴 때도 지를 때도 여기로 와>는 코로나 장기화로 활용이 늘고 있는 중고거래 앱의 세계를 재치있는 표현으로 소개했다. 심미정 부장의 <초록은 동색>은 초롱초롱 아이의 눈빛과 초록빛 자연을 ‘동색(童色)’이라는 창의적 키워드로 꿰어냈다. 남한서 차장의 <공부까지 거리두면 안 되잖아요>는 ‘거리두기’ 표현을 비틀어 코로나에도 꿋꿋한 시골학교 아이들의 향학열을 익살스럽게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6월 16일~7월 15일자 지면을 대상으로 한 226회 이달의 편집상에는 21개 회원사 80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226회 이달의 편집상 심사평

새롭고 묵은 재료 버무려야 맛있는 ‘편집 레시피’ 나와

이사가 무섭다. 전세살이를 하던 30대 후반까지는 거의 매년 집을 옮겨 다녔다. 이사 간 집에서 짐을 풀고 책장을 다시 세팅할 때마다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 책 어디 갔지? 그 자료 어디 갔지?
나는 수집 선수다. 아내는 정리 선수다. 나는 모으고 아내는 버린다. 그래서 다투고 그래서 보완이 된다.
편집은 잘 모으고 잘 버리는 과정이다. 묵은 재료로만 편집하면 신선미가 떨어진다. 새것에만 집착하면 맛이 얕아진다. 
종합부문, 경향신문 조현준 기자의 <나는 외롭다>는 외로운 나와 외로움을 애써 외면하려는 나 사이에서 갈등하는 나를 시각화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록 작년 통계이긴 하지만 코로나19 시대에도 잘 부합하는 기획이고 편집이었다.   
경제·사회부문, 경남신문 김세정 기자의 <질릴 때도 지를 때도 여기로 와>는 쉽고 재미있다. 귀에 쏙쏙, 눈에 쏙쏙 들어온다. 반복과 대구가 어우러져 감성을 톡톡 건드리고 있다.
문화·스포츠부문, 중부일보 심미정 부장의 <초록은 동색>은 온 지면에 童心이 가득하다. 초록 사진에 초록 레이아웃, 초록 제목이다. 독자의 눈도 초록이 된다. 아마도 편집자는 초록빛 동심을 가진 이가 아닐까….
피처부문, 매일신문 남한서 차장의 <공부까지 거리두면 안 되잖아요>는 사진과 제목이 한 덩어리다. 메시지가 꿈틀꿈틀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이런 작품과는 거리두기를 하기가 어렵다.


227회 이달의 편집상 심사평

쉬운 단어로 버무린 지면 한 편의 시처럼 깊은 울림

# 발명하는 편집 vs 창조하는 편집
“에디슨도 안 그랬겠다. 무슨 발명가냐? 머리를 쥐어뜯게?”
새내기 편집기자 시절. 어떤 선배가, 제목을 놓고 끙끙대던 내게 던졌던 말이 생각난다.
편집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은, 뭔가를 발명할 기세로 다가가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그러한 지면은 독자에게도 어렵다. 이번 출품작 중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지면이 많았다. 좀 쉽게 다가가는 ‘창의적인 지면’이 독자에게도 쉽게 읽힌다.
종합부문 <사는 집도 걱정 / 먹는 물도 걱정(조선일보 서반석 기자)>과 경제·사회부문 <함께 날아가려다… 직장 날아가게 생겼다(스포츠서울 강성수 기자)>는 ‘걱정’과 ‘날아가다’라는 키워드를 양쪽으로 놓고 창의성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無에서 有를 만들어내겠다는 거창함보다는, 핵심 단어를 놓고 기술적으로 배치하면서 편집의 ‘걱정’을 ‘날아가게’ 했다.

# 하체엔 힘주고, 어깨엔 힘 빼고
문화·스포츠부문 <내일의 운동장엔 눈물 아닌 땀방울만 떨어지도록(중도일보 박새롬 기자)>과 피처부문 <이만큼 사람과 떨어지면, 그만큼 자연이 다가와요(부산일보 김동주 차장)>는 마치 골퍼 박인비의 샷을 보는 듯 하다. 지면에 하체를 완벽하게 고정하고 아주 부드럽게 스윙한다. 장타는 아니지만 정교하다. 이 두 편집기자도 지면(紙面)을 단단히 틀어쥐고 쉬운 단어로 기사를 빛냈다. 한 편의 시처럼 잔잔한 느낌을 정확하게 꽂아준다.
비록 탈락했지만 <여객 하늘길 무너져도 살아날 화물길 있었네(매일신문 권기현 기자)>는 ‘하늘길’과 ‘화물길’이라는 단어의 조합이 뛰어났지만, 톱기사의 제목이 아니어서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웠다.

전기차 하면? 테슬라를 떠올린다. 하지만 테슬라는 전기차를 발명하거나, 뛰어난 관련기술을 최초로 개발한 것이 아니다. 친환경이라는 키워드의 중요성, 그리고 전기차 기술이 새 패러다임을 주도할 것이라는 핵심을 잘 짚었고, 그에 맞게 편집을 잘 했다. ‘편집’도 테슬라처럼, 그렇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