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취재에서 본 편집 / 백우진 글쟁이(주) 대표


 9월 18일 열린 한국편집기자협회 창립 56주년 기념 언택트 세미나에서 백우진 글쟁이(주) 대표가 1세션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문단은 몇 개의 문장이 모여 하나의 중심 생각을 나타내는 글의 짧은 토막이다. 글의 기본 구성 단위로서 문맥을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편집기자들이 일선에서 지면이나 페이지를 구성하다보면 문단을 병합하거나 해체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놓이게 된다. 지면과 같은 한정된 공간에서 마감에 쫓기다 보면 자칫 문단의 가치를 고민하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 한 번의 힘든 결정과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편집기자들은 많은 제약 속에서도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편집기자들이 기존 자신의 역할을 넘어서 문단에도 관여한다면 조금 더 완성된 지면을 구성할 수 있지 않을까.




글은 문단 단위로 작성… 편집도 예외는 아니다
편집기자는 핵심을 잡아서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역할의 범위가 넓기 때문에 ‘문단 단위로 편집하라’라는 소주제를 중심으로 편집의 역할에 대해 접근해 보겠다. 편집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간과되는 부분이 문단이다. 지면이나 온라인에 노출된 글을 보면 문단이 합쳐지거나 해체된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글을 작성하는 데 있어서 문단의 역할과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많이 아쉬운 부분들이다. 그래서 문단 병합 사례, 문단 해체 사례, 문단 측면에서 전문 검토, 문단 편집 대안 등 4가지 주제로 나눠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하지만 오늘 발표의 핵심은 편집기자가 좀 더 적극적으로 문단에 관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큰 흡인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영화로 많이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쇼생크 탈출’이다. 소설을 쓰는 작가로서 스티븐 킹 역시 “글은 문단 단위로 쓰는 것이다”라고 강조 했다. 긴 호흡으로 작성되는 소설 역시 문단 단위로 작성해야 한다는 것인데, 하물며 어떠한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기사와 칼럼에 있어서 문단의 중요성은 더 부각된다.
<사진 1>은 커프카의 장편소설 ‘성’의 단락 모습이다. 문단을 전혀 나누지 않았다. 독자들은 글을 읽기도 전에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카프카의 ‘성’이 현대인들의 부조리한 상황, 관료주의 등을 다뤘다는 점에서 부조리와 맞서는 소설의 내용을 부각시키기 위한 극단적인 조치일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읽는 이들의 차가운 시선을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사진 2>를 살펴보면 이 글은 박찬일이라는 셰프가 작성한 ‘식빵의 추억’이라는 기고문이다. 지면과 온라인에 노출된 ‘식빵의 추억’이라는 글을 보면 단락의 구분이 없이 게재됐다. 아마 분량이 넘쳐 고민하던 편집자의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 3>을 보면 원본의 문단 형태를 볼 수 있다. 카스텔라, 도넛 등 소주제에 따라 단락이 나눠져 있다.
다음으로 내부 필자의 글인 <사진 4>를 살펴보자. 앞서 설명한 예문들과 마찬가지로 단락의 구분이 없이 한 단락으로 편집됐다. 한국과 스웨덴을 비교하는 내용으로 당연히 대상 국가가 바뀌었을 때 단락을 나눴어야 하지만 단락이 구분돼 있지 않다. 편집 과정에서 분량이 넘쳐 불가피하게 이어 붙이기가 이루어 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5>

 

문단 전환은 내용의 전환… 문단 해체 신중해야
다음으로 해체 사례를 살펴보자. <사진 5>를 보면 한 단락의 글이 2, 3행으로 해체돼 있다. 문단 단위의 글쓰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문단을 해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문단 단위는 글 쓰기의 기본 중의 기본으로 쉽게 파괴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어느 매체에 기고를 하는 어느 작가가 남긴 말이다. “제일 슬펐을 땐 지면 편집 과정에서 공간이 줄어 한두 문장 덜어내야 한다며 데스크에서 그걸 임의로 고르고 앞뒤 문단을 합쳤을 때였습니다. 그때 꽤 툴툴댔는데 지면 관계상 어쩔 수 없다고 해서 온라인 글만 되살렸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 나갈 수 있을까. 고정된 지면에 편집기자가 단어 하나를 줄이거나 문장을 줄이거나 했을 때 글쓰기를 전문으로 하는 작가들과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럴 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서로 절충점을 찾는 것이다. 한 예로 문단의 시작을 행을 나눠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약물로 표시하는 것이다. 문단이 끝나도 행이 비지 않게 모두 붙이고, 문단의 시작에 약물을 넣어줌으로써 임시방편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면의 모든 글에 이런 방식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은 앞서 말한 절충점이라는 것은 고정 칼럼 등 특정한 크기 및 형태로 게재되는 글들은 정확히 분량을 공지하고 엄수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인 것이다. 추가적으로 가능하다면 삭제 가능한 부분에 표시를 해주는 것도 또 한 가지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지면 완성도 높이기 위해 편집기자 역할 확대해야
다음으로 문단 측면에서 전문(前文)을 살펴보자. 전문은 기획기사, 특집기사 등 긴 기사를 지면화 할 때 주로 작성하게 된다. <사진 6>을 보면 두 번째 단락이 ‘우선’으로 시작된다. 전문과 두 번째 단락의 연결이 부자연스럽다. 문단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단락의 구분은 내용의 전환을 담는다. <사진7>과 같은 형식으로 단락을 구분하는 것이 완성도를 높이는 단락의 구분이다.
다음으로 전문의 양이 너무 길게 작성된 지면을 우리는 종종 볼 수 있다. <사진 8>을 보면 전문의 양이 너무 많다. 이러한 글쓰기는 레이아웃 측면은 물론 서술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문단 처리를 간과한 사례로서 이러한 문단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편집기자의 역할 중에 한 부분이다.
우리는 여기서 편집기자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스티븐 킹은 필자로서 “편집자는 신이다”라고 표현했다. 필자로서 누군가가 자신의 글을 첨삭한다는 것은 용납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필자가 인지하지 못했던 오류들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필자가 아닌 제3자로서 한 발 물러서서 지켜봤을 때 그냥 지나쳤던 작은 오류들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면 제작에 특화된 편집기자들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필자가 보지 못하는 콘텐츠의 장단점을 발견하는 것. 결국 편집기자의 역할은 더 확대돼야 하며, 글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문단에 관여해야 한다.





 

<사진9>

 



효율적인 문단 편집의 형태는 ‘일반-개별1-개별2-개별3’
문단을 만드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두괄식 문단이다. 두괄식 문단을 예로 들면 일반적인 이야기를 먼저 하고 개별적인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형태이다. ‘일반-개별1-개별2-개별3’ 형태로 한 문단에 한 가지씩 서술하며 개별적 문단들은 일반을 뒷받침해야 한다.
다음 사례인 <사진 9>는 블록체인 행사 기사이다. 굵은 글자들을 조각모음 해야 하는 글들이다. 국내업체와 해외업체의 사례들을 구분해 한데 모아야 한다. 이 사례처럼 글을 문단단위로 작성하지 않으면 내용이 뒤죽박죽 될 우려도 커진다. 간혹 편집기자들이 문단을 잘못 이어 붙여 내용이 뒤섞이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윗 문장에 붙어야할 내용이 아래 문단에 붙었을 때 문단의 형태는 물론 내용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다.
또 다른 사례로는 단락과 단락에 담긴 소주제가 가지런하게 배치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단락이 바뀐다는 것은 내용의 변화를 말할 수도 있다. 단락별로 내용을 작성하고 배치하면 가지런해지고, 레이아웃도 좋아지기 때문에 내용이 독자에게 누락, 왜곡 없이 잘 전달될 수 있다.
앞서 여러차례 강조했지만 편집기자는 취재기자와 필자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본다. 그렇기 때문에 문단에 더 관여하고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기사의 가치를 판단하고 레이아웃을 구상하고 제목을 다는 등의 기존 편집기자들의 기본적인 역할들을 넘어서 문단에까지 관여한다면 조금 더 완성된 지면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문단은 레이아웃과도 관련되기 때문이다. 편집자의 역할의 확대이자 지면의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에서 편집기자의 역할이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다음은 질의와 응답.

Q. 문단의 오류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이 있나.
주로 완성도가 떨어진 문단을 담고 있는 글은 고정된 지면에 들어간 글에서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책은 발간되는 데 있어 다른 분야보다 시간적 여유가 많다보니 오류가 적다. 아무래도 분량이 한정적이고 제한이 많은 고정칼럼에서 자주 나타난다. 문단의 오류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아웃라인을 구상하는 법을 추천하고 싶다. 관련 키워드를 모아 놓으면 자연스럽게 아웃라인이 완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단락을 구성하면 오류를 줄일 수 있다.

Q. 이상적인 전문 분량은 어느 정도가 좋은가.
비례다. 기사의 전체 양과 게재되는 지면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 기사가 지면에 광고 없이 통으로 사용될 때에는 전문이 다소 길어도 허용된다. 지면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글자 수를 한정한다면 300자 내외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Q. 요즘 온라인 기사들을 보면 한 두 문장의 형태로 문단을 해체한 기사들을 볼 수있다. 적절한 문단 해체의 범위가 있다면 무엇인가.
문단 해체의 기준은 내용 단위이다. '이에 앞서', '이와 관련해서'와 같은 표현이 대표적이다. 특히 문단이 다루는 의미를 중심으로 덩어리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래도 한 문장 한 문장씩 문단을 해체하는 것은 전달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