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제26회 한국편집상 심사평


트럼프, 시진핑, 푸틴, 아베, 존슨, 루카센코, 두테르테, 에르도안…. 세기의 두통 유발자들과 우리는 동시대를 살고 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히포크라테스…. 수천 년 전의 철학자, 의학자를 소환해야 간신히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역사가 발전하고 있기는 한 걸까. 그 위대한 철학자, 심리학자들은 인류의 정신건강에 어떤 유산을 남겨준 걸까. 우리는 테스 형이 살았던 시대보다 더 행복해졌을까.


 제26회 한국편집상 심사위원단 2차 현장 심사가 지난 10월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김수곤 (왼쪽부터) 동아E&D 대표, 조주환 중앙일보 뉴스제작국장, 강희 경인일보 경영지원국장, 금교돈 조선교육문화미디어 대표,

정미경 머니투데이방송 전무, 장석준 중앙대 교수 등 6명이 심사를 맡았다.



한국편집상 대상을 받은 경향신문 장용석 차장과 이종희‧김용배 기자의 <오늘도 3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를 보면서 무늬만 바뀐 채 대를 잇고 있는 시대의 아픔을 공감했다. 이 작품은 종이신문과 편집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제시했다. 심사위원 6명이 이구동성으로 대상 후보작으로 꼽은 수작이다.
최우수상을 받은 경인일보 장주석‧연주훈 기자와 성옥희 차장의 <쌍용차의 짧았던 아침… 다시, 밤이 깊다>도 현실의 고뇌를 담았다. 편집이 지면 안에 녹아들어가 신문과 하나가 되었다. 상징, 은유, 대구 등 편집의 테크닉도 맛있게 녹아들었다.
또 하나의 최우수상인 조선일보 서반석 기자의 <北의 심장이 이상하다>는 당일 자 신문을 받아든 순간 ‘물건’이라는 생각이 든 작품이다. 제목이 지면 전체를 지배한다. 독자 또한 지배당한다. 제목의 흡인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멋진 작품이다.
우수상을 받은 동아일보 박재덕 부장의 <雨… 끝없는 쓰레기산 / 雨… 복구인력 태부족 / 雨… 재난예산은 바닥>은 제목이 비주얼이고 비주얼이 제목임을 말해주는 작품이다. 반복과 시각화로 집중력을 높였다. 서울신문 홍혜정 차장의 <뒤집힌 일상, 다르게 산다>에서도 제목과 비주얼은 서로의 경계를 넘나든다. 무거운 종합 1면을 컬러풀하게 처리해 독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서울경제 오수경 기자의 <이제는… 눈물과 선을 긋고 싶다>는 신간 소개의 작은 글을 의미심장한 이야기로 바꾸어 놓았다. 편집의 힘이다. 매일신문 남한서 차장의 <피해야만 피해 없다>는 멋진 편집감각을 드러낸 작품이다. 편집이 담백하면 보는 사람의 마음도 담백해진다. 머니투데이 박경아 차장의 <때린 부모 앞에서 “집에 갈래?”…아이는 지옥으로 돌아갔다>는 마음을 천 갈래 만 갈래 찢어놓았다. 독자들이 마음 봉합 수술비 청구소송이라도 걸면 어쩌려고. 중앙일보 임윤규 차장의 <2m가 준 자유>는 우울한 코로나 세상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제목에서 자유를 얻고, 하얀 여백을 통해 마음의 여유를 얻는다. 한국일보 윤은정 기자의 <겉은 다른데, 속은 붕어빵>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한다. 보는 즐거움을 주면서 먹는 즐거움을 상상하게 한다.
종이신문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신문은 돈 안 되는 편집을 멀리하고 돈 되는 취재의 힘에 기댔다. 이제 취재도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신문이 바닥을 치고 다시 도약하려면 기댈 곳은 편집뿐이다. 편집이 종이신문을 존재하게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편집의 르네상스를 준비하자.


금교돈 심사위원장(조선교육문화미디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