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편집은 태어나고 죽는 생물   미디어 환경에 맞춰 변해야“


"편집은 생물(生物)이다. 이것은 수식어가 아닙니다. 생물은 태어나기도 하지만 죽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편집도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와 함께 움직이고 있는지를 질문해야 합니다” 

한국편집기자협회 ‘찾아가는 특강’ 강연자로 나선 이상국(아주경제 편집총괄 겸 논설실장) 실장은 “20년 전에 잘했던 편집이 지금도 잘하는 편집은 아니다”라며 신문 편집의 현주소를 일깨우며 현업 기자들에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협회가 지난해부터 회원들의 자기 계발을 돕고 미디어 트렌드 등 지식 공유를 위해 기획한 배움 채널 ‘찾아 가는 특강’ 올해의 첫 수업이 지난 4월 16일 서울 중구 ‘바비엥2 교육센터’에서 열렸다. 특강 주제는 <코로나시대 ‘편집뉴노멀’을 생각한다 -편집기자여, 새로운 신문역사에 도전하자>라는 내용으로 급변하는 언론 환경 속에서 ‘편집기자의 가치 재정립’에 대해 짚어보는 자리였다. 

이날 강연에서 이상국 실장은 (1) 편집은 생물이다 (2) 뉴스는 관점이다 (3) 뉴스디자인, 언어디자인, 이미지 디자인을 말하다 (4) 편집은 프레젠테이션 (5) 레이아웃, 이미지 과잉은 되레 편집의 毒 (6) 레이아웃은 사진이 절반이다 (7) 좋은 헤드라인 총 7개의 챕터를 가지고 미디어 기술 발전에 따라 편집의 제목, 레이아웃 등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하는지 진단하고, 뉴스 소비자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는 개선 방향을 제언했다. 

협회는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특강 참가 인원을 선착순 20명으로 제한하는 대신, 강의 전 과정을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온라인으로 생중계 했다. 3시간을 꽉 채워 진행된 이날 특강은 80명이 넘는 편집기자들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접속해 시청했다. 이상국 실장은 특강에서 “온라인 시대의 유익한 행사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며 “편집에 대한 OT나 교육을 받지 못했음에도 몇 년째 같은 일을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반가운 분이 찾아와 자리를 빛냈다. ‘편집의 전설’ 함정훈 선배가 참석하여 식지 않는 편집 열정을 후배들에게 전했다. 함 선배는 “편집자는 신문 제작의 주인이고 알파 오메가이다. 어젠다 세팅부터 마감까지 모든 과정을 밸런스 해야 한다”며 “편집자는 취재부서의 종속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주도적인 모습으로 임해야 한다. 책임에 상응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새로운 저널리즘 시대를 맞아 편집자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행사로 대체하게 됐다. 작년부터 진행되는 찾아가는 특강은 회원들의 자기 개발과 외연 확장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찾아가는 이번 특강은 이상국 아주경제 편집총괄 겸 논설실장이 ‘코로나 시대 편집 뉴노멀을 생각한다, 편집기자여 새로운 신문 역사에 도전하자’를 주제로 강연했다.


<특강 요약 - '코로나 시대 편집 뉴노멀을 생각한다, 편집기자여 새로운 신문 역사에 도전하자'>


“뉴스는 팩트가 아닌 관점… 해석과 해설을 붙여야 팔린다”

편집자에 ‘주체성’ 필수 요소… 스스로에 ‘옳고 틀리느냐’ 끊임 없이 질문해야

신문이란 언어의 이미지를 디자인화하는 것… 프리젠테이션 하듯 제목 달아야

이미지 과잉의 시대 절제 미학 중요… 시선 집중하는 지면의 포인트 만들어라


◆ 편집도 생물… 태어나고 죽는다

편집은 생물이다. 생물은 태어나기도 하지만 죽기도 한다. 또한 편집은 변화 한다. 생태계의 변화를 의미한다. 편집 또한 생태계의 변화와 함께 움직이고 있는지를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 다시 말해 ‘편집은 생물이다'란 말은 편집이 생물, 활물, 활자로 살아가고 있느냐를 생각해보기 위해 정해놓은 표현이다.

또한 편집은 생물이기에 ‘코로나19'에도 영향을 받는다. 편집 속에도 들어와 기생을 한다. 우선 이런 것이다. 우리는 현재 두 개의 벽에 걸려있다. 하나는 디지털화이다. 디지털화가 진행되던 중 신문이 바뀌어야 할 상황에 코로나가 터진 것이다. 코로나의 핵심은 언택트 디지털을 확보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뉴노멀이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정상화해야 하는 상황. 그것이 뉴노멀이다. 핵심은 20년 전에 잘한 편집이 지금 봤을 때 잘하는 편집이 아니다. 30년 전 교과서의 편집을 지금 하는 것은 죽는 길이다.

20~30년 전에는 방송과 인터넷이 경쟁적으로 붙질 않았기 때문에, 신문 편집이 주목을 받고 있었다. 현재의 문제는 독자의 반응이 없다는 것이다. 독자가 없는 것이다.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알 수가 없다. 그것이 위험한 것이다. 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것을 해소시키기 위한 방법. 독자의 반응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안 팔리는 상품을 팔아야겠다는 필사의 심정으로 제목을 달아야 한다. 그것이 코로나 시대에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다. 


◆ 뉴스는 관점이다

저널리즘과 기초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분야이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은 뉴스는 팩트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뉴스는 팩트라고 말할 수 없다.

뉴스가 팩트라고 말한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가져와 전부 다 지면에 넣어야 한다. 하지만 뉴스에는 누군가의 선별 작업과 기사를 쓰는 행위들이 따라온다. 이러한 행위가 편집이다. 편집은 팩트를 가공하고 있다. 이 과정을 관점이라고 한다.

자신이 보고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팩트를 가공하고 있다. 뉴스가 팩트를 전한다는 신화 때문에 우리가 가짜뉴스에 대해 맞다 틀리다 얘기를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많은 뉴스를 통해 전달되는 것들은 팩트가 아닌 관점으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다른 신문들이 팩트라고 생각해서 1차 뉴스만을 전달할 때 일부 신문들은 그것에 대한 해석과 해설을 붙여 팔기 시작했다. 지금은 많은 신문들이 해설을 팔고 있다. 해설이라는 것은 자기 쪽에서 본 관점을 의미한다.

또한 우리가 팩트에 있어서 맹신하는 가장 큰 사례는 종군 기자이다. 종군기자는 팩트의 화신이다. 그들은 전쟁터에 나가서 사진을 찍고 그것을 토대로 기사를 쓴다. 하지만 그것은 팩트가 아니다. 왜냐하면 종군기자도 자기 편에 서서 한쪽 관점만으로 기사를 쓰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는 사람 또한 어느 한 편에 쏠릴 수밖에 없게 된다.

소비자는 팩트를 사는 것이 아닌 관점을 사는 것이고 이것을 사서 동의하며 소통을 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뉴스는 팩트만을 판다면 내용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러기 때문에 관점을 팔고 있는 것이고 다시 한번 말하건대 소비자는 관점을 사는 것이다. ‘공정' ‘진리' ‘바른 삶' 등에 대한 것들에서 그것의 옳다 그르다는 스스로 판단해야 할 문제이며 편집자는 그 주체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스스로 옳고 틀리냐의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 뉴스, 언어, 이미지 디자인을 말하다

신문 편집은 디자인이다. 모두가 동의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 신문 편집은 뉴스를 디자인한다. 사실 뉴스는 디자인되어 있지 않다. 물론 요즘의 ‘어젠다 세팅' 은 ‘이렇게 이런 방식으로 뉴스를 써달라'고 미리 세팅 되기도 한다. 그렇게 신문들이 많이 쓰이지만, 이것은 왜곡 보도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런 것들을 받았을 때 어떤 식으로 보고 생각하고 이해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편집은 뉴스들을 디자인 해야 하는 것이다. 

첫째로 편집자는 지면의 위치와 배치에 대해 디자인을 한다. 둘째 배치 이후 어떠한 언어로 독자에게 줄 것인가에 대한 디자인을 한다. 전체적으로 요약하자면 신문은 언어의 이미지를 디자인한다고 말할 수 있다. 뉴스를 읽었을 때 단순하게 제목만을 다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 편집은 프리젠테이션

 프리젠테이션과 리프리젠테이션이 있다. 제목을 다는 것이 본문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것들은 굉장히 오래된 생각이다. 하지만 그것은 틀린 것이다. 제목을 리드문에서 찾아서 다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다는 것을 리프리젠테이션(재현)이라고 한다. 이것은 틀린 것이다.

어떠한 기사를 읽고 말을 내뱉어야 한다. 그것이 프리젠테이션(제안제시)이다. 독자에게 자극을 주고 말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리프리젠테이션이 아닌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행위를 해야 한다. 

한편 방송에 훌륭한 사례가 있다. 바로 손석희 씨다. 손석희 씨가 뉴스를 전달하는 방식은 그전의 방식과는 굉장히 달랐다. 자기의 목소리와 색을 넣어 뉴스 전체의 분위기를 조율해 방송을 내보냈다. 굉장히 새로운 방식이었다. 뉴스 소비자들이 열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프리젠테이션을 할 줄 아는 뉴스를 했다고 말할 수 있다. 뉴스를 편집하여 제시한 것이다. 신문은 지금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하는 일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편집국 자체 특히 편집부가 위축된 현실의 상황에서 방어적으로밖에 일할 수 없고 제안 자체가 힘든 분위기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편집자는 자기만의 색을 갖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편집의 목소리를 내고 주체적인 생각을 갖는 실천에 대한 고민은 항상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이다.


◆ 레이아웃, 이미지 과잉은 되레 편집의 毒

내가 직접 겪었던 현장의 고민에 대해서 먼저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과거에 나 또한 잦은 충돌을 겪었다. 처음에 스포츠면을 맡았을 때 그땐 내 마음대로 대부분을 해도 됐다. 하지만 경제 섹션으로 넘어갔을 때는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많이 들려왔다. 데스크는 ‘스포츠처럼 하지 말라 점잖게 만들라, 경박하게 만들지 말라'는 주문을 해왔다. 

하지만 난 이 틀을 깨려 노력했다. 똑바른 판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항상 어떠한 시선이 집중하는 포인트를 넣고 이것을 중심으로 지면의 스토리를 만들었다. 경제 섹션은 딱딱하고 재미없지만, 그 틀을 깨려 했다. 지면 전체를 읽게 할 수 있도록 생동감을 주려고 노력했다. 지면 전체가 움직이는 생동감 있는 레이아웃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아주경제 신문의 경우, 단을 크게 하고 단순화 시켜놓은 단정한 판을 장악하기 위해선 디자인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예컨대 경제 섹션 같은 경우는 사진도 없다. 그럴 때 디자인을 하는 방법이 바로 언어, 글자를 통한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힘이 있고 정확한 디자인의 방식이다. 편집 표현 방식에 가장 강력한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이다.

깨끗하고 단순한 또한 획일화된 판(예를 들어 매일경제 6단 편집)의 경우는 안정적인 광고주 또한 소비자와의 소통의 채널이 이미 잘 열려져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럴 경우 메시지만 바꿔주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특정한 예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 못한 (채널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엔 단조로운 편집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특히 편집자가 신문에서 이미지를 많이 쓴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금은 이미 문자 시대가 아닌 이미지 시대이지만,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이미지에 익숙한 현실인지라 이미지를 많이 쓰는 것은 편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 강의 영상은 5월부터 편집기자협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함빠꾸' 함정훈 선배의 한 말씀


"편집, 취재 앞에 있어야 그날의 세상·지면이 보인다"


다르게 해라. 또 차별화해라. 편집을 하며 나 자신을 움직이게 한 생각들이다. 

편집의 자리란 취재 앞에 있어야하며 취재 위에 있어야 한다. 편집자는 자신의 자리를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그날의 세상과 지면이 보인다. ‘다르게라도 해보자'라는 생각만으로 편집자의 인생을 보냈다.

편집자들과 편집기자협회가 뜻을 모아 일주일에 한번 월요일 정도는 특화된 면을 한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종이의 설 자리가 어딜까 모두가 고민을 하는 지금 이 시기에 우리 편집자들은 앞으로의 종이의 미래가 편집자들의 손에 달려있고 생각하며 지혜를 모아 이를 함께 헤쳐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