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코로나19 신규확진 000명.’

아침 9시 40분이 되면 어김없이 울리는 신규 확진자 속보 알림을 보며 늘 생각합니다. “도대체 언제쯤 괜찮아지려나…” 마음을 어지럽힐 정도로 봄날이 너무 좋아 당장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다가도, 신규확진자 수가 뜨면 한껏 부풀어 오른 감성에게 이성이 속삭입니다. ‘봄은 다시 온다, 봄은 다시 온다.’ 

2020년은 그야말로 마스크에 가려진 한 해였습니다. 1월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코로나가 지금까지 우리를 괴롭힐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죠. 당시엔 잠시 지나가는 열병이라 생각했는데, 이러다간 고질병이 될 수도 있을 것만 같은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사실, 쑥스럽지만 저는 아직까지 벚꽃놀이를 한번도 가 본적이 없습니다. 학창시절엔 대학생이 되면 당연히 가는 코스려니 생각했는데, 대학생이 되고 보니 벚꽃은 야속하게도 시험기간에만 몽실몽실 맺힌 채 꽃잎을 흩날리며 저의 머리를 어지럽혔죠. 그렇다면 직장인이 되고 나서 가면 되지 않을까! 이 기대는 첫해에 바로 져버렸습니다. 평일 마감 후엔 이미 해가 져서 흥이 식었고, 주말엔 어김없이 돌아오는 당직 순서와 함께 완전히 ‘방전’된 몸을 충전시키기 바빠 외출은 엄두도 못 낸 채 그저 한해 한해 흘려보내고 말았습니다.

올해야 말로 여러모로 조건이 좋았습니다. 한약으로 체력도 어느 정도 회복했거니와, 나름대로 마음의 여유도 확보했고, 주말에 산책 나갈 루트도 많이 잡아뒀었는데… 올해는 이 코로나가 버젓이 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네요. 이번 봄도 이렇게 벚꽃엔딩을 맞이해야 하는 팔자인가 봅니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고 하죠. 코로나와 마스크가 머나먼 단어였을 땐 “집이 최고야”라고 되뇌고 다녔던 어마어마한 집순이였습니다. 부모님께 “주말인데 집에만 있지 말고 제발 밖에도 좀 나갔다 와라”는 타박을 들을 정도로 이 때엔 그야말로 ‘집콕’에 충실해 꼼짝도 않던 저인데… 하지 말라면 하고 싶은 인간의 심리 때문인지 부쩍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요즘입니다.

이제껏 ‘봄날이 너무 좋아 걱정’인 적은 없었는데, 올해만큼은 정말 ‘잔인하게’ 찬란한 봄이 야속해집니다. 하루빨리 마스크를 벗고, 너무 좋은데 ‘짧아서’ 걱정인 이 봄날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힘겨운 코로나를 이겨내고 잠시 멈춤 상태인 편집기자협회 행사로 선후배님들과 봄날에 다시 만나 뵐 수 있길 기도해봅니다.  

서울경제 김경림 기자

<조선일보 2021년 4월 1일자  A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