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난 모닝커피를 좋아한다

하지만 집에서 마시지 않는다

참았다 마신다

집에서 나와 회사 앞 단골 카페에 가기까지

먹고픈 마음을 꾹꾹 눌러 둔다

마침내 마시는 커피

"아~ 행복해"

출근길이 즐거워졌다

커피로 만든 출근길 행복의 법칙이다 


난 샤워를 좋아한다

몸이 찌뿌둥하면 온수 샤워를 하거나

집 앞 공원에 나가 햇빛 샤워를 한다

마음이 어수선할 땐 음악을 들으며 마음 샤워를 하거나

헐렁한 운동복을 입고 나가 자전거를 타며 바람 샤워를 한다

일 끝난 뒤엔 가끔 맥주로 식도 샤워를 한다

샤워로 만든 행복의 법칙이다 


난 사람들을 많이 만나려 노력한다

대부분 교보문고에서 만난다

거기 가면 "윤규씨 기다렸어요"하며

안달하는 사람들이 있다

책 저자들이다

저자를 진짜 만나는 건 아니고

그들이 쓴 책들을 만난다

책은 저자의 분신이다

그들을 만나면 행복하다

북킹(book+booking)으로 만든 행복의 법칙이다 



난 준비운동을 열심히 하는 편이다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조코비치 덕분이다

조코비치는 팬들과 이벤트 게임을 해줄 때도 

평소처럼 40분 준비운동을 한다

준비운동 그리고 자신에게 최적화된 식단과 식습관은

그저 그런 선수였던 그가 톱 랭커가 된 비결이고

2011년 이후 10년 동안 세계랭킹 1위를 지켜낸 비결이다

(조코비치는 한때 이형택 선수의 연습 파트너였다)

난 취미로 시작한 탁구를 칠 때 

조코비치 덕분에 준비운동을 꼭 한다

준비운동을 하면 몸에 무리도 덜하고 

본게임이 잘 돼 기분이 좋다

편집 준비운동도 한다

출근 전 우리 신문은 1면에서 끝면 기사까지 

꼼꼼히 보기 위해 노력한다

(전날 퇴근 전 어느 정도 보고, 다 못 본 기사는 다음날 아침에 본다)

그리고 경쟁지 2~3개를 보고 나온다

(우리 신문을 꼼꼼히 보고 다른 신문을 보면, 우리 신문의 옥석과 다른 신문의 옥석이 잘 보인다)

내 출근은 회사가 정해준 출근시간보다 1시간 정도 빠르다

일찍 출근한 1시간 동안

집에서 보고 나오지 못한 타지와 인터넷뉴스를 보고

취재의 각 부서 메모를 살피며 오늘 주요 뉴스를 챙긴다

편집 준비운동을 하면 마음이 바쁘지 않아 

훨씬 여유 있고 좀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

준비운동으로 만든 행복의 법칙이다 


난 언제부턴가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 누군가가 "요즘 잘 지내요?"라고 물으면

“네 잘 지내요. 행복해요”라고 답하는 빈도가 늘었다

전에는 “그냥 그렇죠 뭐” “그냥 그래요 하하하”

라는 식으로 대답했었다

생각해보니 모두 날 설레게하는 루틴 덕분이다

아니

"좋은 루틴은 좋은 친구다"라고 말한 어느 저자 덕분이다

루틴으로 만든 행복의 법칙이다 


난 ‘같은 일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매일 정성을 다하면 기적이 일어난다’라는 말을 믿는다

내가 그렇게 어려워하고 두려워했던 편집

그 편집이 언제부턴가 수월해졌다

내게 기적이 일어난 거다

위에서 말한 루틴들이

내 습관이 됐을 때 즈음부터였던 것 같다

(한참 걸렸다 ^^)

내 일로부터의 해방

어려움과 두려움으로부터의 해방

내겐 광명이고 행복이다 


편집자가 행복해져야

편집하는 게 행복할 수 있고

편집이 축복이 될 수 있다

이 세 줄이 내 편집복음 1장1절이다 


임윤규 중앙일보 차장


P.S.: 요즘 여기저기 몸이 안 좋다. 행복지수가 떨어졌다. 건강관리 루틴을 만들어야겠다. 편집 축복이라는 내 편집복음 1장1절을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