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국편집기자협회 (edit@edi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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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헤드라인 ‘트렌드’에 대하여!


신문 헤드라인은 살아 있는 현실 언어이기 때문에 동시대의 언어습관을 대변한다. 한때 최고의 헤드라인 스타일로 인기를 끌던 것들도 현실 언어가 변하면서 같이 성장하고 소멸한다. 이렇게 변화를 거듭하는 가운데 수많은 논란거리와 논쟁거리도 만들어낸다. 헤드라인 자수(字數)부터 구어체 중심이냐 아니면 문어체 중심이냐, 또는 조어(造語) 중심이냐 등 일반 수용자들은 관심 두지도 않고, 설령 관심 둔다 해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문제들을 가지고 편집기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고민한다. 


다음은 편집 현장에서 벌어지는 습관과 스타일에 대한 논쟁거리를 제시해 본다.


[누구를 위한 ‘땡땡이(작은따옴표와 큰따옴표)’인가?]


신문 헤드라인은 문자로만 이루어진 단순 구조물이 아니다. 때로는 문장부호나 기호 등을 동원하여 문자 이상의 상징성과 의미까지 전달하는 복합 구조물이다. 이러한 문장부호는 헤드라인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의미를 깊게 하며, 의미의 왜곡도 방지해 주는 양념과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조미료가 음식의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없게 하듯 문장부호의 오남용은 항생제 같은 내성(耐性·약물의 반복 복용에 의해 약효가 저하하는 현상)을 생기게 한다.


따옴표만 있으면 만사 OK인가

우리가 무심코 쓰는 ‘땡땡이’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감독자 눈을 피해 게으름 피우는 행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지만, 편집기자들 사이에서는 작은따옴표로 통한다. 작은따옴표는 ‘전능한 힘’이 있어 ‘날마다 땡땡이치라’고 편집기자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땡땡이’는 양날의 칼과 같아서 때로는 만병통치약 같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땡땡이’ 그 자체는 아무 의미가 없는 문장부호에 불과하나, 헤드라인에서의 ‘땡땡이’는 특급 도우미처럼 맹활약한다. 마치 편집기자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부호처럼 그 용도가 다양하다.

그렇다면 편집기자들이 매일매일 ‘땡땡이’ 치는 이유는 뭘까?


①말을 줄이고 싶을 때

-‘행복도시’로의 초대(‘행복도시’는 행정복합도시의 줄임말)

-주식시장 ‘삼바’축제(‘삼바’는 삼성바이오로직스)


②강조하고 싶을 때

-군부에 ‘짓밟힌 민주주의’

-‘스피드 경영’으로 일군 초고속 성장


③책임을 회피하고 싶을 때(이것은 물음표와 함께 쓰면 면책 수단용으로 동원되기도 함)

-누구를 위한 ‘봐주기’ 청문회인가?

-‘경영 능력 물음표’ 달린 오너 2세가 맡아도 될까?


④중의적이거나 이색적인 표현을 썼다고 생각될 때

-‘철없는’ 독감백신

-중기 7000명 ‘氣-UP’송 불렀다.


⑤헤드라인 의미를 구분 지어 주는 효과(조사 대신 작은따옴표로 긴장감 유발)

-‘김연경의 힘’ 한국 배구사 다시 썼다.

-‘부정경쟁행위’ 신고-고발 못 해


이와 같이 편집기자들은 마감시간과 사투 중에도 수용자의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하는 멋진 헤드라인 한 줄을 뽑기 위해 종종 ‘땡땡이’의 유혹에 넘어간다.

그러나 ‘땡땡이’는 잘 치면 역전 만루 홈런이 될 수 있지만 잘못 쳤다간 병살타로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A구단 감독 “‘30초 기적’의 힘?…진짜 프로 선수 만들었다”


이처럼 ‘땡땡이’를 잘못 치면 헤드라인이 어지러워진다. 한 줄 헤드라인에 작은따옴표, 큰따옴표, 물음표 등이 뒤섞여 수용자는 읽는 데 혼란을 느끼고 헤드라인 의미도 정확하게 알 수 없게 된다. 이런 문제는 인터뷰 기사 헤드라인 뽑을 때 종종 나타나는데 작은따옴표는 생략하든지, 아니면 헤드라인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게 왜 ‘쌍피’야?


이 헤드라인은 편집기자가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편집기자는 자동차 사고의 ‘쌍방 피해’를 좀 더 알기 쉽고 강렬하게 표현하기 위해 고스톱 용어인 ‘쌍피’까지 동원했다. ‘쌍피’는 물론 쌍방 피해를 줄인 말이다. 하지만 수용자 입장에서는 ‘도대체 무슨 말이지?’라고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다. 이렇듯 무리한 ‘땡땡이 헤드라인’은 기사의 사실에서 멀어지게 한다. 애매모호한 표현을 ‘땡땡이’로 얼버무리려 한다든가 편집기자만 아는 표현을 ‘땡땡이’ 힘으로 수용자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한다면 이것은 편집기자의 직무유기며 편집의 ‘제1 원칙’인 정확성까지 해치는 자해 행위가 될 수 있다.


큰따옴표, 인용 부호의 함정

작은따옴표뿐만 아니라 큰따옴표의 함정도 크다. 

기자가 직접 취재하지 못하는 경우는 대부분 취재원의 말을 인용한다. 이 인용부호 안에 있는 말은 기자가 직접 검증할 수 없기 때문에 믿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큰 땡땡이’(큰따옴표) 쳤다고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큰따옴표는 통상 ‘누군가의 발언’임을 표시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사실과 다를 수 있고, 사실과 다르다 해도 취재-편집기자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면책성 부호일 수 있다. 그러나 수용자는 큰따옴표 헤드라인을 읽으며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의심하지 않는다. 또한 큰따옴표 안 제목이 신뢰성에 다소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수용자도 시간이 지나면서 큰따옴표는 기억에서 사라지고 큰따옴표 안에 있는 멘트만 남는 경우가 많다. 의미의 강렬함에 비해 부호는 상대적으로 사소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헤드라인에 ‘큰 땡땡이’ 쳤다고 책임이 줄어들거나 없어지지 않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yyk2020@nate.com

*다음호에는 ‘대답 없는 물음표와 감동 없는 느낌표’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