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엮어내는 편집(하) - 지면 비교정리필자는 얼마 전 너무나 소중한 벗을 만났다. 그의 첫 수상 지면 제목이 아직도 기억난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이후에도 그의 지면을 볼 때마다 무릎을 쳤다. 어떻게 하면 이런 편집을 할 수 있을까. 그 아이디어와 순발력, 통찰력까지 배워보고 싶었다. 시상식에서 몇 번 그를 볼 수 있었다. 짧게 인사는 했지만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언젠가 긴 얘기할 수 있는 날을 기다렸다. 그런데 지난달에 기회가 왔다. 일주일간 원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 행운이 또 있을까. 어느 날 다시
많은 편집기자가 이론적 바탕 없이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 지면을 짜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 간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기사 출고는 늦고 마감시간은 다가오는데 이 광활한 지면을 어떻게 메울지 마음만 바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레이아웃 구성 요소 중 ‘어떤 것을 먼저 고려해야 하느냐?’ ‘무엇을 어떤 크기로 어느 위치에 배치하느냐?’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죠. 뉴스룸에서 매일 겪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신문 편집은 분명 감각과 경험이 필요한 고난도 작업이지만 그럴수록 탄탄한 디자인 기본 원리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 파일 참조필자는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을 뜨겁게 보냈다. 한국언론재단, 협회 연구소 그리고 저연차들이 많은 신문사들을 찾아 강의했다. 좀 더 쉽게 기술적으로 지면을 꾸릴 수 있는 방법을 중점적으로 강의했는데 후배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회엔 지난 6월 한국언론재단에서 강의한 내용 중 지면 비교정리 파트에서 엑기스만 뽑았다. #1 제목과 사진의 시너지 효과이 장면, 올 대선 구도 흔드나(중앙일보 2012년 5월 14일자 1면) / 진보, 민주주의를 폭행하다(경향신문 2012년 5월 14일자 1면) 어떤 제목을 쓰느
‘편집기자는 최후의 기자이자 최초의 독자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신문 제작 과정상 모든 뉴스는 편집이라는 마지막 게이트(gate)를 거쳐 강판하는 순간 비로소 완전한 상품이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편집기자는 상품으로서의 뉴스를 완성함과 동시에 완성된 뉴스를 맨 먼저 평가하는 위치에 서게 됩니다. 편집기자는 공급자 측면에서 뉴스를 완성하는 마지막 기자이며 수용자 측면에서 뉴스의 완성도를 검증하는 최초의 독자인 셈입니다.그런데 편집이란 무엇일까요? 제가 신문 편집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 업무와 역할에 대해 궁금해합니다. 인터넷 검
신문 편집은 기사와 사진을 취사선택하고 그에 맞는 제목을 쓰고, 뉴스 가치에 따라 지면에 배치하는 작업이다. ‘편집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갑자기 받으면 대답을 못하고 당황스러워하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몰라서 그런 건 아닐 거다. 매일 하고 있는 이 일에 대한 정의를 간단히 내리는 게 쉽지 않아서가 아닐까. 편집은 무엇인가. 편집기자는 직장인인가, 직업인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혼자 답하고 생각하다가 고민만 깊어진다. 이번 회엔 필자가 6월 한국언론재단에서 ‘세상을 엮어내는 편집’을 주제로 강의한 내용을 싣는다. 제목과
‘요코(よこ: 가로)’와 ‘다데(たて: 세로)’.수습기자 시절 무슨 뜻인지 몰라 데스크 눈치만 살피던 씁쓸한 기억들. 이렇듯 세로쓰기 때 입사한 편집기자들이라면 ‘요코’와 ‘다데’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다. ‘요코 헤드라인’이 지면의 균형을 잡아주는 무게 추 역할이라면, ‘다데(세로 컷)’는 지면의 조커로 역동성을 강조할 때 주로 쓰였다. 세로 컷은 고층빌딩에 내걸린 현수막처럼 먹 바탕에 백자로 헤드라인을 기다랗게 박아 시각적 효과가 강렬했다. 세로쓰기 편집의 묘미는 바로 가로 헤드라인과 세로 헤드라인의 절묘한 조화라고 할 수
봄이다.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는 계절이다. 봄이 온 것을 지면에서도 알 수 있다. 알록달록, 화사해졌다. 싱그러운 계절에는 밝고 흐뭇한 기사가 넘쳐나서 제목도 산뜻해졌으면 좋겠다.이번 회에는 이슈에 따른 제목들을 살펴본다. 지난 회에 다뤘던 사진 사용법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하려고 계획을 잡았지만 잠시 미뤄두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이태원 참사’ ‘카카오톡 먹통’ 등 파급력이 큰 뉴스에서 제목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신문의 비교를 통해 알아본다. 이재명 체포 부결정치 기사 제목은 흔히 그 신문사의 논조에 따른
‘노모 No more’박찬호 선수가 LA다저스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시절, 노모 히데오라는 또 한 명의 동양인 투수가 있었다. 그 당시 노모는 박찬호의 기세에 눌려 방출 위기에 몰려있었는데 국내 언론들은 박찬호의 승전보와 맞물려 노모의 트레이드 기사도 연일 비중 있게 다뤘다. 매일 상투적인 헤드라인(제목)의 홍수 속에서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돋보였던 헤드라인 중 하나가 ‘노모, No more(이제 그만!)’였다. 노모와 ‘No more’라는 말이 동음이의어 같은 효과와 언어의 리듬이 살아 있는 훌륭한 조어라고 무릎을 쳤던
스포츠 면은 일반적인 뉴스 스트레이트 면에 비하면 편집의 자유도가 높다. 3회에서 소개한 지면들을 보면 알겠지만, 경기 스트레이트 기사라고 해도 정치면이나 사회면처럼 딱딱한 뉴스 제목을 사용하지 않는다. 야구에서 ‘27대 승’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경기 내용을 전하는 기사에 ‘몇대 몇’으로 이겼거나 졌다는 제목만 써놓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스포츠엔 과정이 있다. 그 속에 감동도 있고 재미도 있고 눈물도 있다. 이 많은 것들을 지면에 어떻게 녹여내느냐, 그게 중요하다. 이번 편은 스포츠 면에서 사진 활용과 적절한 배치를
‘BK 5K OK!’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지금은 예능 프로서 흥행 삼진을 잡고 있는 전 프로야구 선수 김병현. 그가 메이저리그(MLB)에서 ‘BK’란 닉네임으로 맹활약할 때 스포츠면을 장식했던 추억의 헤드라인이다. BK는 ‘Born to K(삼진을 잡기 위해 태어난 사람)’의 약자이다. 위 헤드라인은 김병현 선수가 삼진(K: struck out을 뜻하는 영문 이니셜)을 다섯 개 잡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야구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 수용자는 ‘BK’는 어떤 의미이며 ‘5K’는 또 뭔지 알 길이 없다. 사진을 보고 ‘김병현 선수가
2022년 9월 14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은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에미상(Emmy Awards) 감독상(황동혁)과 남우주연상(이정재)을 받았다. 이것은 글로벌 문화계를 통틀어 하나의 사건이었다. 74년 에미상 역사 속에서 영어 대사를 쓰지 않는 드라마는 ‘오징어게임’이 최초였다. 또 영어권이 아닌 지역에서 만들어진 작품의 수상도 처음이었다. 이 말은, 프랑스어, 이태리어, 독일어로 대화하는 드라마도 에미상에 명함을 못 내밀었다는 얘기다. 한국어를 쓰며 연기한 이정재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건, 그래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스포츠 면은 실험의 장이다. 정치, 사회 같은 일반적인 뉴스 지면과 달리 말랑말랑한 박스 형 편집이 가능하다. 경기 장면을 현장감 있게 역동적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사진이 다른 면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장 사진뿐 아니라 인물사진도 특색이 있다면 크게 사용할 수 있다. 스트레이트 지면에 비해 제약이 적어 스포츠 면은 피처 면에 가까운 신선하고 파격적인 편집을 할 수 있다. 스포츠 면까지 갓 쓴 선비처럼 보수적이라면 얼마나 재미없겠는가. 요즘은 여기자들도 스포츠 면 편집을 많이 맡는다. 스포츠에 관심이 많으면 아무래도 유리
2022년 6월 21일 우주에 누리호가 날아간 날, 한국 신문의 편집은 천편일률로 스트레이트 뉴스만 읊조렸을 뿐 그 감동의 크기를 울림 있게 발설하지 못한 느낌이 있다.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는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개발국가는 프랑스),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7번째로 위성의 궤도에 들어가, 한국은 우주 자립국이 됐다.12년간 2조원 예산을 투입했고 300여 국내 기업이 참여해 만들어낸 우주의 기적. 우주 발사체 기술은 미사일 전용이 가능하기에 어느 나라에서도 전수받을 수 없는 기술이다. 오로지 스스로 기술을 터득해내야
4월에 열렸던 협회 편집아카데미에서 필자는 7년차 이하의 기자들에게 편집할 때 힘든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상당수 기자들은 ‘제목 달기의 어려움’을 꼽았다. 제목을 재미있게 만들어내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말맛이 살아있는 제목을 만들고 싶은데 그게 왜 잘 안 되는 걸까. 기사의 포인트를 못 잡아내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읽고 중요하게 전달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부터 찾아내야 말을 만들 수 있는데, 시간에 쫓겨서 지면 구성에 급급하다보니 기사를 음미하지 못해서다. 2회에서는 간지면을 편집할 때 사진에서 영감을 얻어 제목을 뽑고 지면
헤드라인과 제목은 정보의 압축과 요약이라는 객관적 기능을 하지만 동시에 뉴스밸류 평가와 지면 메이크업(make up)이라는 편집기자의 주관적 판단도 개입된다. 뉴스밸류 측정과 레이아웃 구성에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때 중요한 것은 편집기자의 판단이다. 편집기자의 가치관과 이데올로기 등에 따라 헤드라인 의제설정(agenda setting)이 결정될 수 있고 위치나 크기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언론사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헤드라인 의제설정헤드라인 의제설정에는 여러 가지 요소와 단계가 있다. 취재 기자의 이슈메이킹(issue making
◆ 편집의 사양화는, 머리 위에 있는가 가슴 속에 있는가신문은 사양산업이며, 편집기자는 사양직종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혹시 있으신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자칭 편집광인 나 역시도 ‘그런 분’에 속한다는 점을 고백한다. 디지털 세상으로 갈아탄, 지난 30년 동안 종이신문은 업(業)의 위축과 시장의 퇴조 징후들을 눈앞에서 목격하며 현기증을 느껴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우린 아직 사양(斜陽)에 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면, 그건 오히려 현실부정과 정신승리로 상황을 기만해온 진부한 레퍼토리라고 웃음을 사기 딱 좋을 일일지 모른다.언론사 구성원
편집기자들은 한 줄의 헤드라인을 달기 위해 24시간 오감(五感)의 더듬이를 사방으로 뻗쳐놓고 있다. 그들은 시대와 호흡하며, 기사의 핵심을 꿰뚫고 수용자 호기심도 자극할 수 있는 ‘신박한 단어’를 찾고, 그 단어의 조합으로 하나의 메시지를 만들어내고자 노력한다. 그 단어가 얼마나 생동감 있고 시대성까지 반영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메시지 효과는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굳이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을 들지 않더라도,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와 의도에 가장 적합한 단어는 단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편집기자들은
지난해에 제가 가진 편집 노하우를 모아 ‘2021세상을 편집하라’를 출간했습니다. 책에 담지 못했던 조금 더 실무적인 편집 이야기들을 나누기 위해 협회보에 격월로 연재합니다. 기초를 익히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목에 정답은 없다. 그래도 오답은 있다. 기사를 정독하고 이 글을 쓴 기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어떤 정보를 전달하고 싶은 것인지를 빨리 파악해내야 한다. 그 말을 찾아냈다면, 압축적으로 정리해라. 그것이 제목이다.기사를 읽을 때 띄엄띄엄 보지 않는 게 좋다. 정확하게 포착
『THE BEST OF NEWSPAPER DESIGN IN KOREA 2006』『THE BEST OF NEWSPAPER DESIGN IN KOREA 2007』『THE BEST OF NEWSPAPER DESIGN IN KOREA 2008』『THE BEST OF NEWSPAPER DESIGN IN KOREA 2009』『THE BEST OF NEWSPAPER DESIGN IN KOREA 2010』『THE BEST OF NEWSPAPER DESIGN IN KOREA 2011』는 한국편집상 수상작, 이달의 편집상 수상작과 응모작, 사진편집상
는 2018년 한 해 동안 일어난 국내외 주요 사건들을 망라해 자체 제작한 책으로, 정치 경제 분야는 물론 지구촌에서 벌어진 각종 대형사고와 스포츠, 문화 이슈 등을 심층적으로 다룬 역사 자료집이다. 국배판 / 전2권